* 사진=바레인경제개발청
* 사진=바레인경제개발청

중동은 지정학적으로는 분쟁이, 지리적으로는 사막이, 산업으로는 석유가 연상되는 곳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중동 국가들의 전체 GDP의 약 9%를 관광업이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중동의 관광업은 연평균 7.7%의 고성장이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 전체 성장률 2.5%의 3배나 된다. “중동이 지속 가능한 스마트 관광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내용의 중동 관광업 현황을 세계경제포럼(WEF)이 어젠다로 발표하고, 요약 게시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중동 관광업의 급성장은 경제적 이익도 안겨주었지만 환경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중동 지역의 많은 인기 관광지는 환경 악화와 오염으로 시달리고 있으며, 자원의 고갈도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전체로 보면 관광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동에서도 보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촉진하는 이니셔티브가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바레인, 오만, 요르단 등에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상징하는 좋은 징조다. 

◆ 수송에 따른 문제의 해결 필요
지속 가능한 관광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과제는 수송이 초래하는 영향의 축소다. 관광을 위한 수송은 관광 부문 전체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적 서약이 바뀌지 않는 한 2030년까지 세계 총 배출량의 5.3%를 관광 관련 수송이 차지하게 된다. 수송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중동 각국 정부와 기업이 친환경 스마트 관광으로의 변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 산업은 특히 주요 배출원으로 2022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순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항공업 탈탄소화 투자가 중요하다.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은 지속 가능한 연료 및 에너지 기술 연구 개발을 위해 2억 달러 규모의 지속 가능한 항공 기금을 설립했다. 지속 가능한 연료 연구를 위해 항공사가 단독으로 마련한 최대 기금이다. 

교통 부문의 탈탄소화를 진행시키기 위해 공항 자체의 탈탄소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바레인 국제공항은 2022년부터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있다. 이 공항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폐지하고, 그린공항인증(Green Airports Recognition) 제도에서 실버 인증도 받았다. 또 공항 카본(Airport Carbon) 인증 프로그램에서 중동 국가 두 번째로 레벨4도 취득했다. 레벨4를 취득하려면 공항의 탄소 관리가 세계 기후 변화 대책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바레인 국제공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향후 로드맵에는 태양광 패널 설치와 터미널 빌딩의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이 담겨 있다.

◆ 관광 전체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관광은 종합 산업이다. 수송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 등 유통, 숙박 요식업, 건설, 서비스 등의 영역까지 포괄한다. 탄소 중립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관광은 취약한 고리다. 호텔은 난방, 조명, 냉방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에코투어리즘’은 배출량 감축을 위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에코투어리즘은 자연 보호와 지역 커뮤니티의 행복을 촉진하는 여행에 초점을 맞춘다. 적절하게 보급되면 자연을 보호하는 동시에 여행자의 즐거움이 배가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경제에서 사회, 환경까지 폭 넓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중동이 스마트 관광을 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걸프협력이사회(Gulf Cooperation Councils) 멤버인 페르시아만 지역 6개국의 에코투어리즘 시장은 2021년 5억 19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며, 향후 몇 년간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프로젝트'는 환경 보전과 관광을 결합해 남획, 오염의 위협을 받고 있는 4000km에 달하는 홍해 산호초의 보전과 재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는 사우디의 주요한 관광 수입원이 될 것이며, 10년 후에는 연간 53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한다는 기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9개 섬이 특별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사우디 연안 92개 섬은 손대지 않은 상태로 남겨질 예정이다.

모든 중동 국가들이 에코투어리즘을 추진한다. 요르단의 다나 자연보호구역에 있는 페이난 에코로지는 고급스러운 휴가에 환경 보호를 통합했다. 전력은 태양광 에너지로 조달되며,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수익의 50% 이상이 지역 커뮤니티에 환원된다.

바레인에서는 숙박시설 사업자가 전면에 나섰다. 포시즌스 호텔 바레인베이에서는 정원의 관수의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었고, 친환경 클리닝 용품을 사용하며, 에너지 절감을 위해 리넨과 수건은 3일마다 교체한다. 힐튼 바레인에서는 모든 제복을 재활용 소재로 제작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허브와 채소를 수직형 스마트가든에서 생산한다. 

바레인은 에코투어리즘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해양과 워터프런트, MICE(기업회의, 포상여행, 컨벤션, 전시)와 비즈니스,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문화와 유산, 레저와 오락, 미디어와 영화, 의료와 웰빙 등 7개의 축으로 이루어진 관광전략(2022~2026년)을 시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적극 추진한다. 다수의 장소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 

◆ 문화유산의 보호
중동에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관광이 문란해지면 지역 문화를 파괴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중동 국가가 전통과 역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바레인은 역사도시 무하락의 중심부 고대 시장인 수쿠알카이사리아 복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3개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바레인 요새는 페르시아만의 몇 안 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로 5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펄링패스(Pearling Path)는 진주 채취로 반영한 도시 무하락에서 잠수부들이 이용하던 3.5km 길이다. 마지막 아아리 지역의 딜문고분군(Dilmun Burial Mounds)은 딜문 초기 역사를 대표하는 유산이다.

사우디도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632억 달러를 들여 유네스코 세계유산 트라이프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트라이프는 딜루이야에 있던 제1차 사우드 왕국의 역사적 고도로 사우디 왕가의 첫 거점이었다. 세계유산에는 물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기술이 접목될 예정이다. 

◆ 금후의 전망
중동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가는 길은 오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기업에 의한 혁신적인 프로젝트와 정부의 전략적인 이니셔티브, 그리고 강화되는 인식과 약속이 융합됨으로써 중동 지역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스마트 관광의 메카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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