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를 상징하는 ‘15분 도시’는 자유와 기후 변화 대처에 관한 테마의 중심이 되고 있다. 15분 도시의 원래 아이디어는 필수 서비스를 자전거나 도보로 15분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15분 도시가 주민들이 집을 떠나는 것을 강제로 막는 디스토피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쏟아지고 있다.
이제 15분 도시 아이디어가 영국 주류 정치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최근의 보수당 회의에서 마크 하퍼 교통부 장관은 “상점에 얼마나 자주 가는지 결정하고 누가 도로를 이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려는 지역 의회의 ‘불길한’ 계획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영국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15분 도시 개념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
15분 도시 용어는 2016년 파리 소르본 대학 교수 카를로스 모레노가 ‘도시 계획을 재고하는 방법’으로 처음 제안됐다. 그의 원래 비전은 누구든 헬스케어, 상품구매, 직장생활 등 모든 필수 생활 서비스를 도보로 15분 이내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개념은 앤 이달고 파리 시장이 처음 채택했고, 전 세계 스마트시티들이 뒤따랐다. 혼잡한 장소에서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쾌적하고 자족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적절한 솔루션으로도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반대자, 음모론자, 극우 극단론자 단체들은 15분 도시 개념을 전체주의적 음모로 몰아붙였다. SNS 게시물에는 이 아이디어가 세계경제포럼(WEF)과 같은 국제기구의 광범위한 음모의 일부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보행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운전자에 대한 전쟁이라고 간주했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화석연료 차량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초저배출구역(ULEZ)을 지정하는 정책도 같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한 최초의 반대론은 영국 옥스퍼드 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는 지역 주민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분노의 대부분은 특정 도로의 교통량을 줄이려는 시의회 계획, 지역 주민들의 자동차 이동 제한, 그리고 지역 편의 시설과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기 위한 15분 도시 계획에 집중되었다.
반대 운동의 씨앗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심어졌다. 기후 변화 회의론자들은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용해 주민들을 통제하고 집에 머물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그 후 ‘기후 봉쇄’에 대한 편집증이 2020년 9월 온라인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15분 도시는 이 음모론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영국 보수당 정권은 최근 탄소 제로와 기후 변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다. 당초에는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2030년까지 끝내고, 빌딩의 단열을 개선하며, 도보 및 자전거 여행을 장려하는 방향이었지만, 리시 수낙 총리는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 금지를 2035년까지 연기하는 등 정책을 완화했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환경 정책을 지지하지만 생활비 급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의 식료품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여론 조사는 또 당이 내년 선거에서 비참한 결과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수낙은 선거에서 전멸할 것을 우려, 자동차 소유자를 포함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폭등하는 물가와 15분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깔고 선거를 맞이하는 보수당 정부는 더 이상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에너지보안 및 넷제로 부처 장관인 앤드류 보위는 BBC라디오의 프로그램에서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15분 도시에 대한 반대론은 갈수록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력 주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현실은 음모론을 비롯한 비판론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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