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아파트 매입해 달라 "요구
정부 "아직 그 정도 아냐..자구책 내놔야"
엇갈린 시각 속 분양 시장은 시계제로

HL 디앤아이한라(주)가 지을 예정인 인천 작전 한라비발디 조감도
HL 디앤아이한라(주)가 지을 예정인 인천 작전 한라비발디 조감도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쌓이면서 건설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 미분양 물량을 사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정부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 할인과 현금 지원 등에 나서고는 있지만 부동산 시황이 호전될 확신이 없는 가운데 언제까지고 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어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가 최근 내놓은 2022년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다. 1년 전 1만 7710가구보다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정부가 200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미분양 주택이 4배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통계가 발표된 지난달 31일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정부에 읍소했다. 정 회장은 "“미분양으로 인한 업계 자금 경색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공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업계에서 간헐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던 정부 개입론이 미분양 주택 통계를 근거로 재차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준공후 미분양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년 전(7449가구)과 비슷한 7518가구였다. 전체 미분양에서 악성 미분양이 차지하는 비율은 11%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이 눈에 띄는 자구책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일 "건설사 스스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며 "자구책 없이 미분양 아파트를 사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인천광역시 계양구 일원에 선보일  ‘인천 작전 한라비발디’ 계약 조건을 기존 분양가의 10%에서 5%로 낮췄다. 입주 때까지 5%만 내면 추가로 들어가는 금액이 없다. 중도금 대출금리는 고정금리 4%를 적용한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시행사가 고정금리 초과분을 부담하겠다는 뜻이다.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하는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분양가를 낮췄다. 평촌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 조합은 정당계약 전 이례적으로 지난 4일 총회를 열고 일반 분양가를 10% 인하를 결정했다.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당초 3211만원에서 2889만원으로 낮아진다.

평촌센텀퍼스트는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로 청약 경쟁률이 0.3대 1에 그쳤다. 전용 84㎡ 기준 분양 가격이 2021년 준공된 인근의 어바인퍼스트 동일면적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비쌌다. 평촌 센텀퍼스트는 HUG의 분양조건을 거절하고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했지만 주택경기가 급랭하면서 결국 분양가 인하를 결정했다.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은 지난해 수분양자들에게 입주(올해 7월 예정)와 동시에 1200만원의 현금을 주는 조건을 제시했다. 한달에 100만원씩 총 12개월치 이자 지원한 것이다.  간접적인 혜택으로 분양가 인하 효과를 내도록 했다. 계약금도 5%만 우선 지급하고 입주 때 중도금과 잔금을 동시에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에도 얼어붙은 주택 심리를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서울 민간아파트의 초기분양률은 20.8%다. 관련 통계가 시작 된 2015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초기분양률은 90%가 깨진 적이 없었다. 

2월 전국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은 전년대비 4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조사에 따르면 이달에는 16개 단지, 총 1만2572가구 중 9924가구가 일반분양을 준비한다.  2022년 같은 기간 보다 총가구수는 42%, 일반분양은 46% 줄어든다. 정부와 업계의 분석이 다른 가운데 분양시장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거를 삼고 있는 악성 미분양 잣대에서는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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