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가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 현상이 미 서북부 해안을 덮쳤다. 시애틀 인근 캐나다 뱅쿠버도 예외가 아니다. 섭씨 30도를 좀체로 넘기지 않았던 이곳이 50도에 육박하면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 에어컨이 없어 주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배가되고 있다.
미 서부지역뿐 아니라 전역이 더위로 비상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도시 전체에 나무가 얼마나 불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유색인종과 빈곤층에게 불이익을 주는지를 밝힌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새로 나온 ‘트리 이퀴티 스코어(Tree Equity Score) 보고서는 녹색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은 전국 주요 도시에 3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는 미 전역의 100개 도시의 나무 양을 파악해 ’나무의 분포가 인종과 계급에 걸쳐 인종차별과 부의 불평등에 따라 편파적이었다‘는 결과 보고서를 낸 자연보호센터 연구팀의 연구결과(본지 2021년 5월 10일자 ’도시에서의 불평등은 나무 식재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제하의 기사 참조)와 맥을 같이 한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최초의 전국적인 나무 집계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사회경제학, 인구 밀도 및 기존 나무 그늘을 포함한 몇 가지 지표를 결합한 것이다. 연구의 목표는 최적의 건강 및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적절한 장소에 충분한 나무가 심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조사는 전국의 최소 5만 명 이상의 거주자가 있는 486개 도시와 1만 5000개의 인근 카운티를 포함한 3810개의 지방자치 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나무 형평성을 확립하기 위해, 도시는 약 314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이는 현재의 상황에 비해 10% 이상 많은 나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무는 특히 소수 집단이 사는 동네에는 없고, 백인 거주자 위주의 부유한 동네에서는 풍족함을 보여 주었다. 유색인종이 사는 상당수의 동네는 백인 공동체보다 평균적으로 33% 적은 나무 그늘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거주자의 90% 이상이 빈곤한 지역의 경우 나무 그늘 면적이 65%나 적다.
예컨대 휴스턴의 많은 부분은 해안 대초원과 늪지대에 지어졌다.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도시 숲도 함께 성장했지만, 도시의 확산세에 턱없이 부족했다.
나무 형평성을 달성함으로써 가장 많은 이득을 볼 도시로는 시카고, 콜럼버스, 디트로이트, 프레즈노, 휴스턴, 잭슨빌, 로스앤젤레스, 멤피스, 뉴욕, 오클라호마시티, 피닉스, 포틀랜드, 새크라멘토, 샌디에이고, 산호세 등이 꼽혔다.
연구를 의뢰한 비영리 단체 아메리칸 포리스트(American Forests)의 사장 겸 CEO인 재드 달레이는 "나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심어져야 한다. 트리 이퀴티 스코어 보고서는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제시하며,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연구가 도시 숲과 물리적 건강 사이의 명확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무 그늘은 신체 활동을 촉진하고 건강에 미치는 열섬(특정 도심의 고온 현상)의 영향을 완화한다.
나무는 그늘과 수분 증산을 통해 주변 영역을 냉각시킨다. 잎에서 수분을 증발시켜 주변 영역을 인근의 도심보다 섭씨 3도 이상 시원하게 만든다. 나무들은 또한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제거해 거주자들의 숨쉬기를 편하게 해준다. 아메리칸 포리스트의 연구는 열과 관련된 사망률이 나무의 충분한 식재로 22%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탄소 배출도 크게 줄여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도시 나무의 수는 폭풍, 건설, 곤충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대로 진행될 경우 2060년까지 도시 나무가 8.3%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나무 식재는 경제적인 이점도 유도한다. 보고서는 나무 심기를 통해 22만 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깨끗해지는 공기로 인한 천식 관련 응급실 방문이 줄어 연간 16억 달러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도시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2019년 그늘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9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감독할 도시 산림 담당관을 임명했다. 피닉스는 2030년까지 나무 형평성을 이룩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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