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텍사스 겨울한파가 주는 교훈

산업 |입력

텍사스 겨울한파가 무섭다. 텍사스주는 미국의 따뜻한 남부 지방을 상징하는 선벨트의 중심 주다. 평소에는 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 몰아닥친 겨울 한파로 기온이 30여년 만에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눈도 펑펑 쏟아졌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반도체 공급은 더 줄어들었다. 천연가스와 원유 채굴도 일시 중단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이로 인해 산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민생도 고달프다. 한파를 이기느라 난방을 풀 가동했다. 요금 폭탄을 맞았음은 물론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파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에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과학계는 이 현상을 주목한다. 그리고 해답을 기후변화에서 찾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몰아치는 폭풍, 한겨울의 유별난 한파, 캘리포니아의 숲과 주택을 삼켜버리는 화마 등을 모두 연결시키는 고리다. 텍사스 한파도 그런 범주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다.

텍사스 주의 급격한 도시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텍사스의 도시들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2010년과 2019년 사이에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5개 도시 중 6개가 텍사스에 있었다. 텍사스에는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주한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대규모의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짓는다.

도시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거주인구가 늘면서 녹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건물과 도로, 보도들이 빼곡하게 들어선다. 물의 불침투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텍사스의 큰 도시들이 빗물을 빨아들일 여지가 점점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수 위험을 증가시킨다.

물은 불침투성 표면에서 흘러나와 인접한 하천과 저지대로 흐른다. 물의 유출량이 많아지면 속도가 빨라지고 홍수로 이어진다.

텍사스A&M 대학교의 AGRI라이프 사이트에 실린 텍사스주의 토지이용 변화 추이 연구 결과 글이 주목된다. 이 연구는 AGRI라이프연구센터 푸아드 재버 교수와 미시간주립대 손원민 교수가 연구해 발표했다. 재버 박사는 글에서 토지 이용의 변화는 수처리 시스템 전반을 바꾸기 때문에 홍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재버 교수는 텍사스주의 과거 홍수 대비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폭풍이 몰아쳐 5인치의 물이 쌓일 때 2인치는 흡수되고 3인치는 유출돼 넘치게 된다. 홍수 대비는 흡수되지 않을 3인치에 맞게 디자인된다. 그러나 텍사스 도시들이 팽창하고 불침투적인 표면들이 녹색 공간을 대체함에 따라, 물이 덜 흡수돼 기존의 방정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기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대홍수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해수온도의 증가는 멕시코만의 더 크고 더 높은 범주의 허리케인을 부채질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도시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적 역량이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더 친환경적인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한 도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주민들의 빗물 채취와 재활용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 건조지대의 오아시스화 등 지역이 참여하는 친환경 정책도 수반되어야 한다.

텍사스의 한파는 새롭지는 않지만 재삼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럽의 탈 탄소화 정책, 바이든 미 대통령의 기후 대응 정책 기조 등은 그런 점에서 늦으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나라의 탄소제로 정책 추진도 변화와 굴곡 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해 본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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