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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반기 14.8조 벌고도 순차입금 46조…'운전자금'에 묶였다

한신평 "종전 후에도 2~3년 정제설비 부족" 최고가격제 정산·대산 구조개편·배터리가 등급 변수

산업 |심두보 기자 | 입력 2026. 10. 07. 16:58
출처=S-OIL 홈페이지
출처=S-OIL 홈페이지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14조79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순차입금은 3조8000억원 늘었다. 한국신용평가는 7일 리포트에서 전쟁이 만든 정제설비 부족이 종전 뒤에도 2~3년 이어져 높은 정제마진이 유지된다고 보면서도, 정부 정책과 비정유 실적, 재무부담을 정유사 신용도의 점검 요인으로 꼽았다. 이익 규모만으로는 등급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반기 14.8조…정유부문 이익 절반이 정제마진

한신평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4조7906억원이다. 2024년 연간 1조5840억원, 2025년 연간 2조424억원을 반기 만에 넘어섰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상반기(12조3000억원)보다도 많다. 회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 5조6495억원, GS칼텍스 4조1874억원, HD현대오일뱅크 2조7576억원, S-OIL 2조1961억원이다.

정유부문이 11조2231억원으로 전체의 75.9%를 차지했다. 한신평은 이 가운데 5조5000억원을 유가 상승 효과로, 나머지 5조7000억원의 대부분을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추정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4월 평균 배럴당 36달러까지 올랐고 5~9월에도 10~20달러 안팎을 유지했다. 경유 스프레드는 4월 평균 76달러로 지난해 평균(17달러)의 4.5배였다.

마진의 배경은 정제설비다. 한신평은 미국·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으로 하루 700만~800만배럴 규모의 정제설비 가동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세계 석유 수요(하루 1억500만배럴)의 7~8%다. 중동에서 300만~400만배럴, 러시아에서 250만배럴의 설비가 가동 차질을 빚고 있고, 원유 조달이 막힌 중국·인도의 정제처리량도 200만배럴 줄었다. 미국의 증산 효과는 50만배럴에 그친다.

한신평은 휴전으로 원유 생산과 운송이 정상화돼도 석유제품 공급은 더디게 돌아온다고 봤다. 예방 차원에서 세운 설비나 저장탱크 등 부속설비 손상은 수주에서 수개월이면 복구되지만, 상압증류설비(CDU)와 고도화설비가 파괴되면 정상 가동까지 1~3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공백을 메울 아시아의 신규 정제설비도 공사비 상승과 자금 조달 차질 등으로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원유는 빨리 풀리고 제품은 늦게 풀리는 구도여서 고도화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사의 수혜가 당분간 유지된다는 판단이다.

운전자금 13조 증가…번 돈이 재고와 매출채권에 묶였다

문제는 이익이 현금으로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4사 합산 운전자금은 지난해 말 14조9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8조1000억원으로 13조2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의 89%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가와 제품 가격이 올라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불었고, 원유 도입처를 다변화하면서 조달 기간이 길어져 미착품 재고도 늘었다. 그 결과 합산 순차입금은 42조2000억원에서 46조원으로 확대됐다.

한신평은 "정유사들은 2026년 상반기에는 대규모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금 부담으로 순차입금을 감축하지 못하였다"고 적었다.

조달 수요는 정책금융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공급망안정화기금으로 HD현대오일뱅크에 6000억원, SK에너지에 3억7000만달러의 원유 구매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정책도 변수다. 3월 13일 시행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정유부문 매출의 약 30%에 영향을 준다. 손실보전 규정은 7월 고시됐지만 3~6월 판매분에 대한 1차 정산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원가를, 정유사는 싱가포르 국제 제품가격(MOPS)과 최고가격의 차이를 기준으로 내세운다. 산업통상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첫 정산가격은 11월 말 확정될 예정이고, 편성된 목적예비비는 4조2000억원이다.

비정유 부문의 흑자도 한신평은 본원적 개선으로 보지 않았다. 4사 석유화학부문은 상반기 5430억원 흑자를 냈지만 이 중 3624억원이 HD현대오일뱅크 몫이고, 여기에는 콘덴세이트 정제설비를 가진 H&L어드밴스드(옛 HD현대케미칼)의 정제이익이 들어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 8000억원에도 고객사 보상금과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 일시적 효과가 반영됐다.

샤힌·대산·배터리…4사 등급 변수는 제각각

한신평이 꼽은 회사별 점검 요인은 다르다.

S-OIL(AA+/안정적)은 샤힌 프로젝트다. 총투자비 9조3000억원 중 8조3000억원이 투입됐고 순차입금은 2024년 말 6조원에서 올해 6월 말 7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 1월 상업가동 뒤의 영업성과가 관건이다. S-OIL은 2월 NICE신용평가, 3월 한신평이 잇따라 등급을 올리면서 신평 3사 등급이 AA+로 모였다.

HD현대오일뱅크(AA-/안정적)는 대산 구조개편이다. 지난달 1일 H&L어드밴스드가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면서 HD현대오일뱅크의 지분율이 60%에서 50%로 낮아졌고, H&L어드밴스드는 연결 대상에서 빠졌다. 순차입금 4조2000억원이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되지만 6000억원 추가 출자와 1조9000억원 자금보충약정이 남는다. 한신평은 6월 말 9조원인 연결 순차입금이 구조개편 뒤에도 우발채무를 합쳐 7조2000억원 수준의 부담으로 남는다고 추정했다.

SK이노베이션(AA/안정적)은 순차입금이 지난해 6월 말 약 35조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26조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주가수익스와프(PRS)·상환전환우선주·신종자본증권 등 부채 성격의 자본조달이 약 12조원, 구매카드 미지급금이 약 4조원이다. 배터리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확인돼야 한다는 게 한신평 판단이다.

GS칼텍스(AA+/안정적)는 순차입금 3조2000억원, 부채비율 71%로 동종 정유사 대비 안정적이지만 여수 석유화학 구조개편 참여 가능성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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