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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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차장 제도는 ‘집 없이는 살아도 차 없이는 못 산다’는 미국 자동차 문화의 상징이다. 대중교통은 대도시에서나 통하는 시스템이었다. 중소 규모의 도시나 농촌 지역은 대중교통 없이 개인 승용차에 의존했다. 미국 소매 네트워크의 상징인 월마트에 가면 빌딩보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었다.

지난 9월 26일자 본지 <“기후 행동의 다음 단계는 주차장 개혁이다”>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주차장 제도가 자세히 소개된 바 있다. 미국 전역에는 등록된 2억 8000만 대의 자동차를 위한 약 20억 대분의 주차 공간이 있다. 자동차 한 대당 평균 1000평방피트의 주차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1인당 주택 면적은 800평방피트다. 피자헛 레스토랑에 가면 주차장이 건물 면적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 9월 블룸버그에는 기후 변화의 다음 단계는 주차장 개혁이 될 것이라는 글이 보도됐다. 그리고 미국의 가장 심각한 현안인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주차장 규제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졌다.

실제로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주차장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석연료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전역에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를 중심으로 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육성 정책을 펴면서 자동차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도 그 차원이다. 심지어 2024년부터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가 시작된다. 에어택시가 하늘을 난다.

코로나19로 인한 근무 환경의 변화도 한몫 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워라벨이 사회와 가정생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스마트시티가 과감하게 추구하는 ‘15분 도시’ 개념도 주차장 개혁에 동력을 더한다. 도보 또는 마이크로모빌리티로 15분 이내의 이동 거리에서 일과 쇼핑, 교육, 사회 및 공공서비스, 문화생활이 모두 가능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대도시는 여러 개의 소규모 블록형 스마트시티로 나뉜다.

이 모든 현상들이 불필요하게 넓은 공간만 차지하는 주차장 개혁을 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 새너제이가 시의회의 만장일치로 주차장 완화 법안을 승인, 새로운 토지 개발을 위헤 최소 주차 요건을 없앴다고 머큐리뉴스가 전했다.

이 정책은 미국의 새로운 추세를 따른 것이다. 여유 주차장에 주택을 더 쉽고 저렴하게 건설하기 위함이다. 또 고밀도 고층 건축을 추진하며,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의존도를 줄이고, 대기 오염을 줄이며,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향상시킨다. 한 가지 정책으로 다수의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팸 폴리 시의회 의원은 "큰 쇼핑센터인 주차장이 반쯤 비어 있는 곳이 널려 있다. 이제는 주차장을 재구성하고 공터가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파킹리폼네트워크(Parking Reform Network)의 데이터에 따르면, 새너제이를 포함해 주차장을 개혁한 미국 도시는 현재 200개를 헤아린다. 최근 몇 년간 비슷한 개혁을 단행한 도시로는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미니애폴리스, 뉴욕 버팔로 등이 있다.

주 정부와 지방 정부들이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지역 사회를 보다 보행자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앞다퉈 주차 최소요건을 없애거나 줄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9월 개빈 뉴섬 주지사가 주 전역의 대중교통 인근에 위치한 신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최소 주차 요건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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