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더욱 심해지는 산불. 사진=캘리포니아 소방청
캘리포니아에서 더욱 심해지는 산불. 사진=캘리포니아 소방청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9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40개 이상의 법안에 서명했다. 주 전역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 옹호자들은 뉴섬 지사의 조치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석유산업계의 극심한 반대로 조치가 지연되거나 심지어는 철회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런 가운데 캘리포니아의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이 캘리포니아 기후변화 지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 단체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는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캐리포니아에 닥친 기상 재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경고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고서 요약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역대 최고의 고온, 기록적인 겨울철 적설량, 심각한 가뭄, 전례 없는 해양 폭염과 산불, 사라져가는 빙하 등이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 고온과 폭설, 가뭄 등 각각의 요소를 비교하면 서로 상반되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들을 기후과학자들의 기상 재해 원인 연구 결과와 빗대 보면 결국 그 원인은 기후 변화로 귀결된다.

이러한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해 조류, 포유류, 심지어 숲 생태계까지 변화한다. 이는 결국 캘리포니아 주민들과 환경을 위험에 빠뜨린다.

이미 징후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연어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 바다의 어류 출생 감소, 농작물 해충 개체수의 증가, 녹조 발생의 범위와 빈도 증가, 극심한 더위와 산불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건강 위협은 악화일로다. 극심한 연기, 안전하지 않은 식수, 계곡열로 인한 질병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언제까지 버틸지 아무도 모른다.

이 보고서는 70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던 가장 큰 산불의 절반이 지난 한 계절 동안 일어나 주 전역에서 거의 450만 에이커를 태우고, 서해안을 따라 거의 1000개 지역의 최고기온 기록을 깨뜨린 10일간의 폭염을 경험한 후 발표돼 심각성에 불을 붙였다.

캘리포니아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다수 승인하고 배정한 기후 행동 예산은 54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 금액은 미국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

새로운 법은 캘리포니아가 늦어도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35년까지 전체 전력의 90%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석유 사용을 줄이고 공기로부터 탄소 오염을 포착하고 제거하는 기술과 가능성을 연구한다. 또 자연 기반 솔루션을 발전시키고, 가정, 학교, 진료소 및 기타 공공장소와 유정 및 가스정 사이에 3200피트의 완충 지대를 설정한다.

생물다양성센터 기후법연구소의 선임 변호사인 홀린 크레츠만은 석유 및 가스 오염으로부터 이웃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법과, 석유 산업의 폭리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뉴섬이 제안한 처벌을 지적하며 “지금이 캘리포니아의 기후 투쟁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지사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주 정부 내에서 석유 및 가스 담당 부서가 ‘산업 육성’이라는 역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부서는 여전히 새로운 유정 개발을 허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지난 22년은 1000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가장 건조한 시기로 기록됐다. 이는 주 정부가 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시켰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PIC)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더 적은 물로 연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조치를 취해도 물 공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짓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법률과 잘못된 예측으로 주의 가장 중요한 상수도 시스템인 새크라멘토-샌 호아킨 삼각주가 파괴됐다. 캘리포니아 주민 절반이 식수로 의존하며 남부 캘리포니아의 농장과 콜로라도 분지 역시 이 삼각주가 생명선이다.

수십 년 동안 농부들은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올리고, 대수층을 심각하게 고갈시킴으로써 지표면에서의 물 공급 부족을 보충해왔다. 이런 상황은 메가 가뭄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다. 농부들은 지난해 40만 에이커의 농지를 개발, 캘리포니아의 상징적인 연어와 빙어 개체수가 줄고 철새들의 습지 서식지도 파괴됐다. 지난해 농사에 쓰이던 거의 1500개의 우물이 말라버렸다. 고립된 시골 지역 사회에 있는 약 100만 명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기후 지표 보고서에서 연구자들은 기후 위기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석유 시추 현장 근처에 사는 거의 300만 명의 주민들에게는 특히 심각하다. 3200피트의 완충지대를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이내에 거주하면 사망 위험 증가, 발달 장애 및 호흡기 문제, 좋지 않은 출산 결과 등을 야기한다.

캘리포니아 환경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석유 및 가스 산업이다. 몇 년 전까지는 필요악으로 취급됐으나 자연재해가 극심해지면서 이들은 절대악으로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정책을 흔들고 방해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회는 멀어지는 극한의 현실이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고 있다. 임계점에 가깝다. 이곳은 기후 변화 대응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전 세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창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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