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내몰고 주민에게 돌려준 밀라노 데르가노 광장. 사진=ZERO밀라노
자동차를 내몰고 주민에게 돌려준 밀라노 데르가노 광장. 사진=ZERO밀라노

‘전술적인 도시화(Tactical Urbanism)’라는 개념이 있다. 서울에서도 유행했고, 현재는 여러 지자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도시 재생‘이라는 최근의 패러다임과 맞물려 주목받는 용어다. 사전적으로는 낮은 비용을 들여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장소의 환경을 쾌적하고 즐겁게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지속가능하고, 대체하는 것 이상으로 변신 자체가 완결성을 갖는다.

전술적인 도시화를 추진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도시로 이탈리아 북부 롬바리디의 주도 밀라노(Milan)가 주목받고 있다. 밀라노는 유럽에서 가장 혼잡한 교통으로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도시였다. 그런 밀라노가 ’운전자로부터 도로 및 주차 공간을 빼앗는‘ 정치적으로도 위험한 모험을 감수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정책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2018년 밀라노 시 당국은 도로와 주차장 등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바닥 페인트와 화분 장식, 벤치 및 탁구대 등을 설치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공공 공간으로 돌려주기로 하고 ’열린 광장(Piazze Aperte)‘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 BBC 등 유럽의 언론들은 밀라노의 시도가 정치적으로 큰 모험이라고 진단하고 앞날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밀라노 시장 주세페 살라(Giuseppe Sala)는 시티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데르가노(Dergano)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데르가노는 밀라노 소재 광장의 이름이다. 이 광장에서 ’열린 광장‘ 프로젝트를 위한 첫 삽이 떠졌다. 살라 시장은 "밀라노에서도 유서 깊었던 데르가노는 생명이 없고 빈 아스팔트와 주차된 자동차의 바다에 불과했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은 손바닥 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 광장은 다시 태어났다. 부활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열린 광장 프로젝트는 밀라노의 AMAT(교통환경청), 블룸버그 어소시어에츠(Bloomberg Associates), 전국 도시교통공무원협회(NACTO: National Association of City Transportation Official) 및 글로벌 도시디자인 이니셔티브(Global Designing Cities Initiative)가 공동으로 참여해 수행됐다. 지방 자치가 정착한 곳에서 전국적인 협력이 이루어졌던 것. 블룸버그도 이 프로젝트가 확장성과 파급력 면에서 이탈리아의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꼽았다. 일시적인 시정부의 개입을 통해 도시가 신속하게 행동했고, 필요한 경우 긍정적인 쪽으로 되돌릴 수 있는 솔루션을 테스트할 수 있었으며, 이는 결국 성공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초창기에 프로젝트는 8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가 코로나19 파동이 커지면서 급작스럽게 확대됐다. 봉쇄 국면에서 시민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면서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이 프로젝트에 따라 38개의 팝업 커뮤니티 영역이 구축돼 프로그램은 가속화됐다.

더더욱 좋았던 것은 열린 광장 계획이 밀라노가 별도로 추진하던 열린 거리(Strade Aperte) 프로젝트와 결합하는 프로세스를 밟은 것이었다. 밀라노는 열린 거리 정책에 따라 시에 68km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인프라를 만들었다. 열린 거리 계획과 결합하면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전용도로를 달리면서 열린 광장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40여 개의 쉼터를 거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대중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했다. 밀라노 AMAT의 교통 담당 파올로 캄푸스는 이달 중순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 행사의 ’스마트 모빌리티‘ 세션에서 밀라노 사례를 소개하며 "당시 당면 과제는 공공 부문과 시민을 위한 윈-윈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었으며 이를 대중으로부터 승인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차장이 없어지는 것을 못마땅해 했던 주민, 손님이 떨어질까 두려웠던 상점 주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투명하게 혜택을 설명하고 설득함으로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밀라노의 중심가를 보행자 전용 도로로 만들기 시작했을 때 상점 주민들의 반대는 치열했다. 이제 상인들도 규칙을 받아들였고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연세대학교에서 신촌로터리에 이르는 차없는 거리를 다시 자동차에게 넘겨준 사례를 곱씹게 만드는 대목 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적 모험을 결행한 살라 시장에게 더 큰 기회를 주었다. 프로젝트 성공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 지난해 큰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살라 시장의 시정부는 이제 또 다른 정책 시행을 준비했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구상이었다.

지난해 11월 광역의회는 2035년까지 도시 전체와 그 주변을 연결하는 750km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한다는 ’캄비오(Cambio) 프로젝트를 채택했다. 2억 5000만 유로의 예산이 투입되는 캄비오 프로젝트는 4개의 자전거 순환 도로, 4개의 녹색도로 및 16개의 야광노선으로 구성된다. 완공되면 이 네트워크는 유럽 최장의 자전거 전용 인프라가 된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자전거 인프라 프로젝트는 파리가 계획한 680km의 자전거 전용도로다. 살라 시장은 당시 BBC에서 “탄소 배출과 교통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자전거와 자동차를 공간적으로 분리시킴으로써 도로 안전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오는 2035년까지 주민의 최소 20%가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80%의 가정이 자전거 전용 도로망에서 1km 이내에 소재하도록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또한 모션 센서 조명,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섬유 케이블 네트워크, 전용 자전거 주차 스테이션을 포함한 최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밀라노 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하고 총체적인 주민 중심 인프라로 이전하고 보다 살기 좋은 스마트시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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