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모델로 만든 자율주행차 운행 모습. 사진=모셔널
아이오닉5 모델로 만든 자율주행차 운행 모습. 사진=모셔널

자율주행 차량(AV)은 혼잡한 도시에서 운전자의 감정이나 몸 상태에 따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승용차에 비해, 승객을 더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차세대 유망 교통수단 기술이었다. 차량이 운전자 없이 고도의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운전한다는 그림은 당시에는 추상화였지만 아름다운 미래의 약속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AV 기술은 현재 벽에 부닥쳐 있다. 광범위한 상업적 사용을 위한 의미 있는 개발은 몇 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도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본지에도 수시로 소개했다.

AV를 위한 전용 고속도로 차선이 버지니아를 지나는 66번 고속도로에 만들어져 새로 오픈된다는 소식이 CNN 등 외신에 실렸다. AV 전용 도로를 별도로 만들어야한다면, 과거 십 수 년 동안 업계가 주장해 왔던 자율주행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수많은 자동차 속에서 ‘스스로’,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AV 개발의 종점이었는데 인프라를 AV에 맞추겠다는 것은 모순이었던 것이다.

기술 전문가, 자동차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공급업체, 기타 업계 전문가 간에 AV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합의도 없다. 이로 인해 시와 주 지도자들은 어떻게 AV를 규제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약속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0년여 전, 구글의 공동 창업자였던 세르게이 브린은 5년 안에 AV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후 4년이 지나 피아트크라이슬러는 5년 이내에 AV의 도래를 예측했다. 그렇게 2010년대가 지나갔다. 그리고 2019년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2020년까지 100만 대의 로보택시를 출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두 예상을 빗나갔다.

AV 기술 회사인 고스트오토노미(Ghost Autonomy)의 마케팅 책임자는 AV의 가장 큰 문제를 도시에서의 안전 확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말고도 보행자와 자전거가 돌아다니고, 이들의 행동 유형은 모두 다르다. 사람이기 때문에 돌발 행동이 종종 나온다. 다시 말해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변수를 데이터화하고 컴퓨터로 분석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AV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승객용 또는 배달용 로봇 차량으로 일부 도시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웨이모는 피닉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곧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상용화할 예정이다. 크루즈는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합작하고 있는 모셔널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프트 역시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펜실베니아는 이달 초 법안을 통과시켜 운전자 없는 레벨4 수준의 AV를 운전할 수 있는 15번째 주가 되었다.

그러나 AV의 뒤에는 숨겨진 문제가 너무 많다. 수많은 사고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플로리다에서, 2018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오토파일럿 모드로 운전하다가 사망 사고를 냈다. 승차공유 업체 우버 등도 AV 사망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스마트시티다이브에 따르면 보험사 카슈어런스(Carsurance)는 AV가 160만km 주행마다 9.1건의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기존의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의 4.1건에 비해 사고율이 2배 이상 높았다. 다만 긍정적이었던 것은 AV 사고는 부상이 덜 심각했다고 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 중순까지 AV가 367건의 충돌 사고를 냈다. 이 중 테슬라 차량이 273건을 차지했다. 현재 NHTSA는 오토파일럿이 장착된 테슬라 차량 83만 대를 조사하고 있다. 법무부는 오토파일럿 시스템의 기능이 소비자, 투자자 및 규제 기관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업계는 AV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재평가하고 있다. AV 기술 개발업체인 아르고AI는 포드와 폭스바겐이 추가 투자를 중단하고 그동안 투자한 46억 달러를 손실처리하면서 회사를 접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수익성 있고 규모가 큰 완전 AV는 아직 멀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예상치의 절반에 불과한 금액으로 AV 자회사인 모빌아이를 분사했다. 기술 컨설팅 회사인 넥스트커브 설립자 레오나드 리는 "AV는 처음부터 과대하게 홍보됐다. 불편한 현실이 이제서야 투자자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들에게 드러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AV산업협회(AVIA)는 ”AV가 공공 안전을 개선하고,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성을 향상시키며, 교통 혼잡을 줄이고, 환경의 질을 향상시키며, 교통 효율성을 높이고, 미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VIA의 제프 파라 전무는 "도시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AV가 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V 전문가와 업계는 AV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전 문제 등을 향후 5년 안에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초의 예상보다 10년 이상 늦어진 것이지만, 상용화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환상은 현실로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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