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Dove) 비누는 유니레버의 대표 상품이다. 유니레버는 영국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생활용품 생산 글로벌 기업이다. 유니레버는 이달 초 7만 개에 달하는 자사 제품 모두에 탄소 배출량을 표시한 ‘탄소 라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육류 대체 식품을 만드는 퀀(Quorn)은 제품 원료가 생산되는 농장에서 가공 단계를 거쳐 상품화될 때까지 모든 생산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합산해 표시하기로 했다. 로레알 등 소비재 대기업들도 내년까지는 샴푸 등 전 제품에 탄소 라벨을 부착한다고 한다(본보 4월 5일자 '소비재 기업, 음식료품에 영양 라벨과 같이 탄소 배출량 라벨 붙인다' 기사 참조).
그렇다면 전기차(EV)는 어떨까? 전기차는 대표적인 친환경차, 측 탄소배출이 없는 교통수단으로 인식됐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각광 받으면서 주가가 폭등해, 잠시나마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제치고 머스크를 일약 세계 1위의 부자로 만들어 주었던 것도 EV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EV는 스마트시티의 교통수단을 상징한다. 자율주행차, 자율형 공공열차와 자율 셔틀버스의 바탕에는 전기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깔린다. EV는 미래의 스마트시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축이다.
전기차는 과연 탄소제로 솔루션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가 답이다. 사실 차량 자체에서 방출되는 탄소 배출은 친환경 여부를 확인하는 몇 가지 요인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앞서 유니레버나 퀀 등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요즘의 탄소배출 평가는 상품 그 자체뿐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과 사용되는 부품이나 재료의 탄소제로 여부까지 감안한다. 원료부터 완제품까지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여기에 쓰이는 부품을 감안하면 결코 탄소제로 상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차량 충전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현재 대부분 화석 연료로 운영되는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차체로 사용되는 철강이나 파이프, 플라스틱 배관 등도 모두 고전적인 제조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이들 모두 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한다.
EV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의 교체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배터리가 소진되면 그냥 폐기하는지 재활용되는지의 여부도 중요하다. 폐기된다면 이 역시 탄소 배출을 유발하게 된다.
결국 최신의 고효율 ICE(내연기관) 차량과 EV의 라이프사이클 배출량을 비교하면 사실 탄소배출량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기를 쓰는 만큼 원천적인 발전으로 인해 탄소는 발생한다. ICE 차량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화석 연료 자체를 연소한다. 결국 EV가 발전을 위해 화석 연료를 쓰는 양이나 ICE 차량이 화석 연료를 쓰는 양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EV를 이용하면 탄소 배출을 단순히 자동차에서 발전소로 이동시키는 것일 뿐이다.
테크HQ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가 하루 평균 52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EV는 매일 약 10.4kW/h의 전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대략 냉장고를 하루 종일 가동하거나 에어컨을 7시간 동안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력의 10배 정도라고 한다.
결국, EV를 진정한 친환경으로 만들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전기 생산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예를 들어 보자. 과거 여러 보도에서 나왔지만 싱가포르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해 대부분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그 중 천연가스 발전이 약 95%고 나머지가 석탄, 석유, 도시 폐기물, 태양에너지의 혼합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솔루션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진정한 스마트시티를 위해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전환하려면 배터리 기술과 재생에너지원이 확보돼야 한다. 교통수단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것이 환경에 더 이롭겠지만, 전통적인 자동차를 EV 또는 수소차로 대체하는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리고 그린수소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의 개발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탄소제로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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