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최근 AI 투자 수익성 우려에 따른 반도체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중복상장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는 23일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그러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및 기업공개(IPO)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다. AI 데이터센터용 SSD(eSSD) 시장이 커지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돼왔다.
자본시장 안팎에서 지난 8월 초 솔리다임의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프리IPO 절차까지 진행됐고, 내년 상반기 나스닥 상장이 예상돼 왔다.
그러나 최근 AI 투자 수익성 우려에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한편으로 중복상장 논란까지 겹쳤다.
대표적으로 미국 낸드 업체 샌디스크 주가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최근 40%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동종 업체 주가가 크게 조정받는 상황에서 솔리다임 역시 상장으로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커졌다.
SK하이닉스 전체 기업가치 중 솔리다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 수준으로 평가된다. 솔리다임이 IPO를 진행할 경우 SK하이닉스 지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 수요가 분산되면서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복상장 이슈는 국정감사에서도 화두가 됐다. 현 정부는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과 관련해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모두 모회사로서 주주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메모리 수요 증가는 솔리다임의 새로운 성장 기회"라며 "이에 솔리다임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 확보와 효율적인 자본배분을 위해 직접투자와 IPO를 통한 외부 자본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비교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IPO를 통해 외부자본을 유치하면 SK하이닉스의 연결 현금흐름이 증가해 시설 투자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 소각 등 주주환원 여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며 "또한 IPO를 통해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현재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솔리다임의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IPO 검토는 솔리다임에는 새로운 성장 재원을 확보하고 SK하이닉스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은 프리 IPO 및 IPO 추진 검토를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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