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축소가 사실상 멈췄다. 2026년 6월 말 잔액은 168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원 줄어드는 데 그쳤고, 본PF는 2023년 말 이후 처음 늘었다. 유의이하 여신이 1조3000억원 줄며 건전성 지표는 개선됐지만 부실우려 사업장 12조원은 그대로다. 브릿지론 정리로 벌어 둔 시간이 끝나고 준공 사업장의 회수 위험이 전면에 나왔다는 얘기다.
15일 한국신용평가는 리포트에서 금융위원회가 13일 연 9차 PF 상황 점검회의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평가했다. 한신평은 현재의 지표 개선을 PF 부실위험의 본격적 해소로 보기 어렵다며, 구조조정 성과는 총 익스포져 감축 규모가 아니라 부실우려 사업장의 실질적 회수·정리 여부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익스포져는 2023년 말 231조1000억원에서 2년 반 동안 27% 줄었다. 그러나 최근 분기별 5조원 안팎이던 감소폭이 이번 분기 1조원으로 좁혀졌다. 브릿지론이 3조원 줄고 토지담보대출(10조원)과 채무보증(44조원)이 전분기 수준에 머문 사이 본PF가 103조원으로 2조원 늘었다. 한신평은 금리와 공사비 부담, 분양·매각 여건 악화로 기존 본PF의 상환·회수가 지연되는 가운데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이 병행된 결과로 해석했다. 업권별로는 은행·증권이 소폭 늘고 보험·저축은행·여전은 감소세가 멈췄으며, 상호금융만 새마을금고·신협의 정리펀드 활용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양적 부담 자체는 가벼워졌다. 금융회사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져 비율은 2023년 말 저축은행 150%, 상호금융 71%, 여전 41%에서 올 6월 말 각각 54%, 28%, 23%로 떨어졌다. 증권은 채무보증이 늘었는데도 자본 확충 덕에 34%에서 29%로 낮아졌다.
상각·경공매 대상인 '부실우려'는 사실상 변화 없어
문제는 지표 개선의 질이다. 유의이하 잔액은 16조4000억원에서 15조1000억원으로 줄고 비율은 9.7%에서 8.9%로 0.8%포인트 내려갔다. 그러나 줄어든 1조30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이 재구조화·자율매각 대상인 '유의' 사업장(4조3000억원→3조1000억원)에서 나왔다. 상각·경공매 대상인 '부실우려'는 12조1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사실상 변화가 없고 비율도 7.1%로 같다. 정리·재구조화 실적은 2025년 3분기 3조8000억원을 고점으로 줄어 올 2분기 8000억원에 그쳤다. 시장금리 상승과 부동산시장 양극화로 경·공매를 통한 해소 여건이 약해진 탓이라는 게 한신평 판단이다.
업권별 격차도 커졌다. 은행(1.4%)과 보험(2.9%)은 낮은 수준이지만 보험은 지난해 말 1.4%에서 두 배가 됐다. 저축은행(15.7%)과 상호금융은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고, 특히 상호금융 유의이하비율은 6월 말 32.8%로 지난해 말 25.3%보다 7.5%포인트 올랐다. 여전은 8.3%에서 개선 없이 정체됐고, 증권은 9.1%로 완만한 하락세다.
연체율 흐름은 위험의 이동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한신평에 따르면 브릿지론 연체율은 부실 정리가 이어지며 일정 수준에서 안정화된 반면, 그간 연체 발생이 제한적이던 본PF는 올 상반기 이후 잔액 증가에도 연체액이 더 빠르게 늘며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랐다. 담보가치와 공정 진행을 근거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평가되던 본PF도 분양·매각 지연이 길어지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인천·경기 늘고, 지방은 줄고
지역 흐름은 반대다. 서울(1조원)은 전분기 대비 13%, 인천·경기(4조6000억원)는 4% 늘었다. 서울은 완공된 대규모 기타주거시설과 아파트, 인천·경기는 이천·남양주·여주·광주 물류센터가 주요 유입 요인이다. 반면 지방(5조3000억원)은 5조9000억원에서 10.2% 줄었고, 제주(−23.6%)·광주전남전북(−18.0%)·대전충남충북(−14.5%) 등 전 권역에서 감소했다. 한신평은 지방 감소를 정리 진전으로 보면서도 비수도권 경기 부진과 매각 여건 불확실성을 들어 잔액이 다시 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매각 여건은 비주거 자산에서 특히 나쁘다. 3분기 경매 매각가율은 아파트 82.4%인 반면 기타주거시설 61.3%, 기타자산 54.8%, 상가·오피스텔·근린시설 51.5%, 토지 42.3%에 그쳤다. 토지와 상업시설 담보의 회수 가능 금액이 감정가를 크게 밑돌 수 있다는 뜻이다.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3% 안팎에서 최근 4.5%로 올라 차환·인수 부담을 키웠고,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100 기준 138.2로 상승률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경·공매가 개시돼도 매수자 확보와 가격 협의에 시간이 걸려 정리 속도가 둔화되는 구조다.
정책 효과는 자산 유형별로 갈린다. 금융위는 13일 주거사업장에 한해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적용을 2년 유예하고 2029년부터 기준을 5%에서 20%까지 단계 상향하기로 했다. PF 보증 확대와 캠코펀드 조성도 병행된다. 반면 물류센터 등 비주거 사업장은 2027년부터 당초 일정대로 규제가 적용되고 별도 지원 수단도 제한적이다. 한신평은 금리·공사비 부담과 낮은 매각가율이 이어질 경우 비주거 본PF에서 회수 지연과 담보가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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