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이사는 인공지능(AI) 계약관리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AI가 단순히 좋아 보여서 한다기보다 고객 가치에 명확하게 기여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모두싸인은 2015년 설립된 전자서명·전자계약 기업이다. 국내 전자서명 시장 점유율을 2022년 45% 수준에서 2025년 상반기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33만 고객사, 4000만건 이상의 계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AI 계약관리(CLM) 솔루션 '모두싸인 캐비닛'을 정식 공개했다.
30일 스마트투데이는 이 대표와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캐비닛 출시 배경과 핵심 기술, AI 정확도에 대한 입장, 향후 서비스 계획을 들었다.

10년간 전자서명 집중…"더 미뤄선 안 된다고 판단"
이 대표는 계약 전 과정을 개선하겠다는 방향은 창업 초기부터 갖고 있었다고 했다. 모두싸인은 '계약이 모두에게 더 간편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바꾼다'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전자서명은 계약의 여러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하다고 본 대면·종이 계약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이 대표는 "대면·종이 계약 문제부터 해결하려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선택과 집중을 핵심 가치로 삼아 10여년간 전자서명에만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그 사이 고객의 관심사는 '전자서명의 법적 효력'에서 '계약을 어떻게 더 잘 관리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계약은 체결 이후에도 문서 관리와 만료 전 갱신 등 챙길 일이 많다. 체결 전에는 계약서 작성과 조항 검토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모든 규칙을 미리 정해두고 이용자가 하나하나 입력하거나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춰야 서비스를 쓸 수 있었다"며 "AI가 더해지면 이 과정을 훨씬 쉽고 빠르게 할 기회가 열린다고 보고 더 미뤄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 읽고 일정 챙겨…제목 몰라도 질문으로 검색
캐비닛은 체결된 계약서에서 AI가 핵심 정보를 뽑아 데이터로 정리하는 서비스다. 추출 항목은 계약기간, 금액, 상대방, 해지·갱신 조건, 자동갱신 여부, 대금 청구·지급 일정 등이다. 모두싸인으로 체결한 문서뿐 아니라 종이 계약서 스캔본, 타사 전자계약 서비스로 체결한 계약서도 올려 함께 관리할 수 있다.
추출한 정보는 스프레드시트처럼 정리되고, 경영진은 대시보드로 현황을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인사 계약서를 모으면 회사 인원이 얼마나 늘었는지, 영업 계약서를 모으면 수주 규모가 얼마인지를 확정된 계약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종료일과 통지 기간 등은 달력으로 보여주고 메신저·카카오톡·이메일로 알림을 보낸다. 계약서 제목을 몰라도 "이번 달 만료 예정인 계약서 찾아줘"처럼 질문해 필요한 문서를 찾을 수 있다.
도입 기업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바텍이우홀딩스는 자동갱신 대상 계약의 만료일 확인 시간을 30분에서 5분으로 줄였다. 신성통상은 계약서 원본 확인 시간을 1시간에서 30초로, 팀별 리스크 취합·보고 시간을 20시간에서 15분으로 단축했다.
문자 인식은 업스테이지와…추출·알림·검색은 자체 기술
이 대표는 이날 캐비닛의 기술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첫 단계는 계약서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광학문자인식(OCR)이다. 모두싸인은 2025년 8월 업스테이지와 한국형 계약 특화 AI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계약 용어에 특화해 누락 없이 읽어내는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다음은 읽어낸 내용에서 필요한 항목을 정확히 뽑아내는 단계다. 같은 계약 종료일이라도 '12월 31일까지'로 적힌 계약서가 있고, '체결일로부터 영업일 며칠'로 적힌 계약서도 있다.
이 대표는 "단순히 AI에 추출을 맡기면 정확할 때도 있지만 일관성이 없다"며 "자체 구축한 데이터셋과 학습을 통해 계약서의 맥락을 파악해 최대한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출한 날짜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먼저 알림을 제시하는 에이전트 기술과, 필요한 계약서를 찾아내는 검색증강생성(RAG) 기술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빠르게 고객이 원하는 계약 내용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 정보 입력 시간 10분의 1로…"금액·날짜는 한 번 더 확인 권장"
AI가 추출한 정보는 '담당자 확인 후 확정'과 '바로 관리'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AI가 입력한 항목과 사람이 입력한 항목은 기록을 남겨 구분한다.
이 대표는 "계약 체결 후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100시간이 걸렸다면 10시간 이하로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스캔한 계약서는 글씨체나 스캔 품질에 따라 인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서 환경의 영향도 있는 만큼 금액이나 민감한 날짜는 고객이 한 번 더 확인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잘못 추출된 정보로 손실이 생긴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원인은 따져봐야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서비스로 발생한 문제는 계약 범위 내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한적으로 열어 고객에게 배우고…연말·내년 초 통합 서비스
캐비닛은 전자서명처럼 가입 후 바로 결제해 쓰는 방식이 아니다. 회사와의 상담을 거쳐 제한적으로 도입을 열어주고 있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계약 문제에 캐비닛을 어떻게 활용하길 원하는지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두싸인은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체결 이후뿐 아니라 체결 이전 단계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계약서 작성 지원 '모두싸인 폼', 계약 검토 '모두싸인 리뷰', 결제 '모두싸인 페이먼츠', '모두싸인 플로우'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다만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법무 담당자와 변호사의 영역으로 남긴다는 원칙이다. AI는 반복 업무와 비효율을 줄이는 보조 도구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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