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layer Interview] 키움투자자산운용 이경준 ETF운용본부 상무
현재 ETF 시장…현재 산업 테마 쪼개다 못해 미래까지 당겨쓰고 있어
이 상무, ‘프로텍티브 풋’ 전략 제시…’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

키움투자자산운용 이경준 ETF운용본부 상무. 사진=이태윤
키움투자자산운용 이경준 ETF운용본부 상무. 사진=이태윤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초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만큼 세분화된 '테마의 빈곤'과 단기 성과에 매몰된 운용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상무는 스마트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진정한 의미의 자산 운용(Asset Management)이라기보다, 유행하는 테마를 찍어내 파는 브로커리지 컴퍼니(Brokerage Company)와 다를 바 없다"며 업계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진단했다. 그는 과열된 테마 경쟁에서 벗어나 '코어 자산'과 '신뢰'라는 운용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쪼개다 못해 미래까지 당겨쓴다... '테마의 빈곤' 경고

이 상무는 현재 ETF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테마의 빈곤'을 제시했다. 그는 "섹터(Sector)를 쪼개다 못해 산업 단위까지, 나중에는 더 이상 쪼갤 것이 없는 단계까지 내려갔다"며 "이제는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5년, 10년 뒤에나 실현될 미래의 테마까지 미리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이러한 현상이 운용업의 본질인 '자산 관리'가 실종되고 단기 매매를 부추기는 '세일즈'로 변질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운용은 본래 분산과 장기 투자를 통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쌓아가는 것이지만, 현재 운용사들은 '지금 이 테마가 뜹니다'라며 상품을 팔고 시류가 바뀌면 '다음은 이겁니다'라며 잦은 매매를 유도하는 브로커리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AI 관련 테마 상품들의 높은 상관관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상무는 "수많은 AI 상품들이 쏟아지지만, 결국 뜯어보면 빅테크와 그 하청업체들"이라며 "투자자들의 리스크가 한 방향으로 쌓이고 있어, 시장 하락 시 다 같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 지금은 1920년대 석유 붐과 판박이... AI가 공상과학 현실로 만들어

키움투자자산운용 이경준 ETF운용본부 상무. 사진=이태윤
키움투자자산운용 이경준 ETF운용본부 상무. 사진=이태윤

이 상무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1920년대 미국 '광란의 20년대'에 비유하며, 당시의 '석유(Oil)'가 했던 역할을 지금은 'AI'가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20년대 석유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공상과학(SF)의 영역이었지만, 석유가 터지면서 그 상상이 현실이 됐다"며 "지금의 AI가 바로 그때의 석유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로봇이나 자율주행 같은 기술적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에 유동성이 더해지며 시장은 전형적인 '더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더 바보 이론이란 자산의 가격이 원래 가치가 아닌,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바보가 있다'는 믿음에 의해 계속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이 상무는 "가상자산처럼 경제적 실질이나 발행 주체가 없는데도 가격만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먼저 진입한 사람이 뒤따라 들어오는 '다음 바보'에게 물량을 넘기고, 그렇게 챙긴 현금으로 강남 아파트나 건물을 사들이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광란의 20년대'가 10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기에 섣불리 시장을 떠나는 숏(매도) 포지션은 위험하다"면서도 "다만 1920년대의 끝에 1929년 대공황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교과서'로 업계 신뢰 회복할 것

이경준 상무는 "운용업계가 투자자들에게 '신뢰(Trust)'를 얻은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고점에 팔고 하락하면 나 몰라라 하는 행태 때문에 업계 전체가 '무책임하다'는 비난까지 듣고 있다"고 자성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투자자가 마음 편히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코어 자산'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프로텍티브 풋(Protective Put)' 전략 복제를 활용한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다. 이 ETF는 1980년대 개발된 '포트폴리오 보험 전략'을 적용한 상품이다. 이 ETF는 주가 상승분의 60~70%를 추종하되, 하락 시에는 델타 헤지 기법을 통해 손실을 방어한다. 델타 헤지 기법은 블랙 숄즈 모델에 기반한다. 가상의 옵션을 복제해 손실 확률은 최소화, 상승참여율은 최대화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이 방식은 주식을 매수하고 풋옵션을 매수하여 주가 하락 시 풋옵션의 발생되는 이익으로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는 ‘프로텍티브 풋’ 옵션 전략과 유사하다.

이는 시장에서 인기를 끈 '커버드콜(Covered Call)'과는 정반대의 메커니즘이다. 커버드콜이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를 받는 대신 상승폭이 제한된다면, 프로텍티브 풋은 반대로 풋옵션을 매수해 '보험료'를 지불하는 대신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막는다. 즉, 커버드콜이 당장의 수익을 위해 상방을 닫았다면, 이 전략은 비용을 감수하고 하방 위험을 막는다.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는 폭락을 대비하면서 동시에 상승장의 수익도 상당 부분 누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상무는 "이 상품은 신박한 기술이 아니라 금융공학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Classic)"이라며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채권처럼 자산을 방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최근에는 연금 계좌의 한계를 보완해 일반 계좌에서 15년 장기 투자 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생애주기형' 상품도 선보였다. ‘KIWOOM 미국S&P500&배당다우존스비중전환’과 ‘KIWOOM 미국S&P500TOP10&배당다우비중전환’이다.

이 상무는 "수천 개의 ETF가 난립하는 '선택 장애'의 시대에 자산운용사는 단순 판매자가 아닌 '멘토'가 되어야 한다"며 "대폭락장이 왔을 때 가장 먼저 살아남아 투자자들의 자산을 지키는 운용사로 기억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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