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layer Interview ①] 미래에셋자산운용 성태경 ETF연금플랫폼 대표 
“단기 트레이딩은 옛말” 연금 계좌가 이끈 ‘ETF 대중화’…올해의 트렌드는 연금·테마·월분배 
성 대표 “월분배 ETF 경쟁 과열…원금 훼손 없는 ‘지속 가능성’ 봐야”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플랫폼 대표.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플랫폼 대표.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3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과거 단기 트레이딩 중심에서 벗어나 연금 계좌를 통한 장기 투자가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또 다양한 ETF 테마와 대표 지수 상품도 'ETF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것. 

오랜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몸담아온 성태경 ETF연금플랫폼 대표는 스마트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ETF가 이제는 주식이나 펀드가 아닌, 자산 증식의 주된 투자 대상이 됐다"며 시장 급성장의 배경과 올해의 핵심 트렌드를 진단했다. ETF 시장은 올해 들어서만 100조 원 이상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79조 원이다. ETN, ELW까지 합치면 316조 원이다. 

◆ '투자의 대중화'…연금이 이끌었다 

성 대표는 현재 ETF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ETF의 대중화'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이 대중화를 이끈 세 가지 핵심 동력으로 '투자 습관의 변화', '상품의 다양화', '거래 환경의 편의성'을 꼽았다. 

가장 큰 원동력은 투자 습관의 변화다. 성 대표는 "과거에는 '이거 샀다가 팔았다가 하면서 얼마의 수익을 당겨야지' 하는 트레이딩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국민이 가진 연금 계좌에서 ETF를 핵심 투자 전략으로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ETF 시장 대중화의 가장 큰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상품의 다양화'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ETF는 자산 증식 수단이라기보다 개별 주식과 동일한 단기 트레이딩 대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펜데믹 이후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면서 상품들이 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과거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만 활개를 쳤는데, 지난 4~5년 전부터 테마, 혁신 테마, 그리고 미국 대표 지수 같은 것들이 전면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 현금성 자산을 대체하는 파킹형 금리 상품까지 더해지며 "소위 말해서 상품의 쓸모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19 펜데믹 이전 투자자들은) ' 두 배 (수익을) 먹어야지', '(증시가) 빠질 때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만으로 '왔다 갔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만 있었다면, 시장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거래 환경'이 투자자 친화적으로 개선됐다. 최근 국내 ETF 시장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보수 경쟁, 마케팅 경쟁 등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는 ‘득’이라는 것. 성 대표는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호가 품질이 굉장히 좋아지고, 스프레드도 안정화됐으며, 정보 공개가 투명하고 실시간으로 오픈된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용 안 할 이유가 없는, 너무나 편한 환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 2025년 트렌드 '연금', '테마', '지속가능한 인컴' 

성태경 대표는 올해 ETF 시장을 관통한 3대 트렌드로 '연금', '테마형', '인컴'을 제시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단연 '연금'이다. 성태경 대표는 "DC나 IRP에서 ETF 비중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매수가 투자의 기본이 되었다"고 말했다. 'TIGER 미국S&P500' ETF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20년 상장한 이 상품은 지난 7일 기준 순자산 11조 원(10조 9787억 원)에 이른다. 5년만에 국내 최대 ETF로 성장했다. 성 대표는 "거의 대부분 개인들이 투자를 한 것이고, 그중 상당 부분은 연금 고객"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시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게 이제서야 우리나라 시장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테마형'이다. 올해 조선·방산·원자력(조방원) 관련 주식들은 AI 전력 사용량 증가에 따른 원전 부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트럼프의 MASGA 등에 힘입어 급등했다. 그는 "올해 가장 큰 테마가 '조방원' 등이었는데, ETF라는 상품으로 인해 테마 투자의 접근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개별 주식으로 테마에 접근할 때 가졌던 '세력들이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의구심과 달리, ETF는 지수를 구성하는 방식이기에 "이거는 트렌드를 분석하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트렌드는 '인컴(월분배)'이다. 배당이나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월분배 상품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 대표는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은퇴자들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월 분배금 자체가 주는 안정감'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 ‘얼마나 주느냐’보다 ‘지속 가능하냐’…과도한 분배금 경쟁 '경고' 

하지만, 성태경 대표는 인컴형 상품의 인기와 관련해 시장의 과열 현상에 명확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커버드콜 상품의 분배금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상품의 특성상 추종하는 지수가 상승세일 때는 괜찮지만 하락장으로 전환되는 순간 원금을 갉아먹는 구조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당장 몇 퍼센트의 분배금을 더 주는 것보단 오랫동안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월분배 ETF 상품’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ETF 간 과도한 분배금 경쟁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내포한 움직임"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얼마를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당장 월 1%를 높게 준다고 무조건 가입할 것이 아니라, 내 원금이 훼손은 안 되고 지속 가능한 투자가 되면서 안정적으로 월분배를 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게 처음에 많이 받을 땐 좋지만, 원금을 깨서 주면 나중에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원본을 지키면서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고객에게 이익이 된다"며 '적절한 분배금', '정직한 ETF'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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