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ETF의 ‘최종 소지자 과세’로 신규 매수자 손해
2010년 국내 주식형만 '쏙' 뺀 과세 특례…현재는 불합리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카드를 꺼내 들며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정작 10년 넘게 방치된 불합리한 과세 관행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 국내 배당ETF 상품 투자시 매매 시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세제 혜택 기대감에 K-고배당 ETF로 시중 자금이 쏠리고 있지만, 현행 ‘최종 소지자 과세’ 방식 탓에 신규 매수자가 세금을 독박 쓰는 구조적 위험은 여전하다. 

1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행 국내 주식형 ETF는 배당소득세를 ‘최종 소지자’에게 일괄 부과한다. 투자자가 ETF를 보유한 기간만큼의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미국식 ‘보유 기간 과세’와 달리, 국내는 분배금 지급 시점에 ETF를 들고 있는 사람이 모든 세금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마치 여러 사람이 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중간에 나가는 사람(기존 투자자)과 새로 들어오는 사람(신규 투자자)이 있을 경우, 미국은 각자가 식당에 머문 시간과 먹은 양에 비례해 돈(세금)을 지불하는 식인데 반해 국내의 경우 여러사람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쌓인 계산서를 점원이 계산서를 가져왔을 그 시점에 자리한 마지막 한 사람(최종 소지자)에게 몰아서 내라고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무임승차와 독박이 상존하는 공평치 못한 구조이다. 

이로 인해 배당락일 직전에 ETF를 매수한 투자자는 원금 손실과 다름없는 피해를 보게 된다. 예컨대 기초자산 가치가 1만 원인 ETF에 배당금 1000원이 쌓여 현재 가격이 1만 1000원이 된 상황을 가정해보자.

기존 투자자 A씨가 배당락일 직전, 1만 1000원에 이 ETF를 매도한다면 그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1000원의 수익이 났지만, 국내 주식형 ETF의 매매차익은 비과세이기 때문이다. A씨는 배당 수익을 사실상 매매차익 형태로 챙겨 ‘무세금’으로 시장을 떠난다.

문제는 A씨의 물량을 1만 1000원에 사들인 후속 투자자 B씨다. B씨는 매수 직후 1000원의 분배금을 받지만, 이 금액 전체에 대해 15.4%(154원)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B씨 입장에선 내 돈 1000원을 주고 배당 권리를 샀는데, 돌려받을 때는 세금을 떼인 846원만 받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B씨의 자산 가치는 매수 즉시 1만 846원으로 쪼그라든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먼저 판 사람은 과세망을 빠져나가고, 뒤에 산 사람이 독박을 쓰는 기형적 구조”라며 “투자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세금을 주고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규 가입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현금 1만 1000원을 납입해 펀드에 신규 가입할 경우, 펀드는 다음날 1000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돌려준다. 이때도 세금 15.4%가 원천징수된다. 자기 원금을 돌려받으면서 세금을 내는 격이라 가입과 동시에 확정 손실이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는 10여 년 전 세법 개정 당시 생긴 ‘구멍’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ETF 과세 체계를 개편하며 ‘보유 기간 과세’를 도입해 조세 형평성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국내 주식형 ETF’에만 예외를 뒀다. 당시엔 투자 유인책이었던 예외 조항이 월배당 상품이 급증한 현재에 와서는 투자자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배당주가 가진 세금 제도의 특성 때문에 투자자들이 알게 모르게 농락당하고 있는 셈”이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18일 기준 국내 고배당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PLUS 고배당주’로, 순자산총액이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어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이 7518억 원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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