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평균 환율 1415원...IMF 시기보다 높아
고환율 부담에 수입 의존도 높은 기업 '보수적' 환율 책정
"환율 변동에 따라 유연한 대응으로 환차손 최소화할 것"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 원·달러 환율 탓에 국내 주요 기업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특성상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회사가 더 그렇다.
이들은 1400원 이상의 높은 환율을 책정해 보수적인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연간, 반년간 등 중장기 계획은 포기하고 길어야 분기 사업 계획을 짜 ‘땜질 대응‘하는 식이다.
21일 오후 1시 4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1.7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1400원을 넘어선 환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전일 147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5원 이상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환율(1394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높아지면 해외에서 원자재를 구매하는 수출 기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유를 100% 수입하는 석유화학 업계와 철광석 등을 수입하는 철강 업계는 물론, 외국산 원재료 비율이 높은 식품 제조 기업 등이 특히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재료 수입량이 많은 식품기업 A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10% 변동에 따라 당기 순익 약 85억원이 증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수입하는 밀가루나 팜유 등 원자재 가격에는 그대로 반영되는 반면, 제품 가격에는 즉각 반영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까닭에 다수의 기업이 고환율 장기화 시나리오를 바닥에 깔고 보수적인 내년 영업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식재료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수출하는 B 기업은 내년도 사업계획안에서 환율을 1450원대로 책정했다. B 기업은 2024년도 사업계획에서 1360원대 환율을 적용한 바 있다.
이 회사 외에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수 기업이 2026년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1400원을 훌쩍 넘는 환율을 반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와 외화 차입금 상환 부담과 같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환율 리스크를 선반영해 투자 규모나 해외 진출, 자금 조달 전략 등을 보다 신중히 결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C 식품사 관계자는 "환율은 예측이 불가능한 외부 변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환율 변동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적절한 환율 예측에 따라 기준 환율을 정하고, 환율 변동에 즉각적으로 대처해 환차손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약 80%에 달한다.
해외 수입 의존도 높은 계열사들을 보유한 D그룹에서도 리스크 대응에 용이한 환율 책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D그룹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원자재 비용에 대해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업계획서의 환율을 안전하게 짜서 상황에 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비중이 높지만, 국내에서 주로 소비가 이뤄지는 업종에서는 다른 견해를 더했다. 해외에서 의류를 수입해 판매하는 기업 관계자는 “고환율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원자재를 수입하고 다시 수출하는 기업들의 우려가 더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