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50억 미만 34개 ‘경고등’…“관리비 부담”
‘선택과 집중’ 나선 자산운용사… 소규모 ETF ‘효율화’ 작업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투자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아 상장폐지를 코앞에 둔 ETF가 총 3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상장폐지 위험군에 해당하는 ETF 중 키움투자자산운용이 7개로 가장 많았고, 한화자산운용이 6개로 뒤를 이었다. 상장폐지는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인력 투입에 따른 관리 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된다.
◆ 34개 ETF ‘경보등’…상장 1년 지나면 50억 기준 적용
13일 기준 국내 ETF 시장에서 순자산 50억 원 미만 ETF는 총 34개다. 운용사별로는 키움투자자산운용(7개), 한화자산운용(6개), 미래에셋자산운용(4개), 케이비자산운용(3개), 한국투자신탁운용(3개), 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3개), 삼성자산운용(3개), 신한자산운용(3개), 삼성액티브자산운용(1개), 현대자산운용(1개)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지난해 상장한 ETF는 △HANARO 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15억 원, 24.6) △PLUS 글로벌AI인프라(24억 원, 24.8) △KIWOOM 미국블록버스터바이오테크의약품+(43억 원, 24.5) △SOL 미국테크TOP10인버스(45억 원, 24.5) △KoAct 테크핵심소재공급망액티브(48억 원, 24.5) 등 5개다.
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이 야심 차게 내놨던 ‘HANARO 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는 오는 25일 상장폐지된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AI인프라’도 상장폐지 가능성이 보인다. 2022년에 상장한 ‘PLUS 글로벌AI’가 올해 4월 상장폐지된 데 이어 비슷한 테마의 신상품까지 연이어 투자자 외면을 받고 있다. ‘PLUS 글로벌AI’는 전 세계 AI 관련 기업 74개를 모두 담은 광범위한 구성의 ETF였다. 이후 출시된 ‘PLUS 글로벌AI인프라’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인프라 기업 11곳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ETF는 당장 상장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ETF는 상장 후 1년이 지난 뒤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상태가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다음 반기 말까지도 50억 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 운용보수는 미미한데 관리비용은 그대로
운용사 입장에서 거래량이 적고 자금이 모이지 않는 소규모 ETF를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부담이다. ETF가 벌어들이는 운용보수는 미미한 반면, 상품 유지와 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사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기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품을 유지하기도 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나 소형사나 입장은 거의 같다”며 “시장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출시했지만 결국 선택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순자산 50억 원 미만이면 투자자들이 거의 찾지 않는 상품”이라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인력 투입해 유지하느니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면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운용사는 비효율적인 소규모 ETF를 자진 상장폐지 등으로 적극 정리하는 추세다.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도 “기존에 보유한 소규모 ETF들을 대거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트렌드에서 벗어나거나 노후화된 상품을 제거하고, 새로운 혁신 상품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효율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14일 기준 국내 ETF시장 전체 종목 수는 1043개, 운용사수는 28개, 전체 시가총액은 279조 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