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삼성그룹이 지난 7일 그룹 2인자 정현호 부회장이 용퇴하는 깜짝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사장단 인사에서도 대대적 쇄신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벗어던진 이재용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서 나온 인사라서다. 이제부터 진짜 'JY 경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뉴스1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을 회장 보좌역에 보임하고, 사업지원TF는 경영진단실과 통합해 사업지원실로 개편했다. 초대 실장에 평소 신임이 두터웠던 박학규 사장을 임명했다.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이 회장이 단행한 첫 인선이다.
재계는 '삼성 2인자'의 세대교체에 주목한다. 정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이 회장이 10년간 수사와 재판에 발이 묶이자, 그룹 안살림을 도맡으며 '위기관리자'를 수행했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벗고, 사업도 정상궤도로 회복하자 정 부회장도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학규 사장은 삼성전자의 전략 수립과 인사를 총괄하는 사업지원실 초대 실장을 맡으며 '새 리더십'으로 등극했다. 최윤호 경영진단실장은 사업지원실 내 전략팀장이라는 중책을 맡는다. 정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보좌역으로서 이 회장의 경영 구상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 모두 미전실 출신으로 이 회장의 신임을 받는 '에이스'로 꼽힌다. 이 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던 2022년 첫인사에서 이른바 '이재용의 사람들'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 해소 후 처음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도 '복심(腹心) 3인방'을 전방 배치한 셈이다.
이재용 회장이 본격적인 'JY 색깔'을 드러내기 전, 핵심 조직을 정비하며 토대를 다졌다고 재계는 분석한다. 지난 10년간 '안정'에 방점이 찍혔던 인선 기조가 180도 바뀌면서 이달 중순 예상되는 사장단 인사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도 많다.

그림자 경영 벗고 '파격 행보'
이재용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과감해진 점도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 직후 7~8월 해외 출장길에 올라 미국 빅테크와 연쇄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 등 세일즈에 직접 나섰다.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첫 미국 출장 귀국길에서 꺼낸 첫마디도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였다.
'깐부회동'이 상징적인 사례다.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젠슨 황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삼성역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가졌다. 그는 수백 명의 취재진과 시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소맥 러브샷'을 하고 엔비디아 행사 무대에도 올랐는데,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깐부회동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동맹'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벤트다. 삼성전자는 1년 넘게 시도했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공식화했으며, 6세대 HBM4 납품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반도체 공정에 도입하며 더 밀착된 협력 관계를 완성했다.
이 회장의 정치권·경영계 스킨십도 과거보다 더 잦아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났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가 담긴 '팩트시트'가 발표된 후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하는 4대 그룹 총수 간담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오는 14일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도 회동을 갖고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를 아우르는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와 함께 삼성전자가 부진의 터널을 지나 재도약의 발판에 섰다"며 "이 회장은 그간 말보다는 행동으로 메시지를 내왔던 만큼 한층 과감한 조직 혁신과 신사업으로 'JY 경영'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