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방위사업학 박사 최기일 교수 “K방산 위험” 
레이더·미사일·레이저 등에 필수 ‘희토류’, 재고 바닥을 보이는 중   
삼성자산운용은 K-방산 레버리지 ETF 출시 

사진=LIG넥스원
사진=LIG넥스원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K-방산 기업들의 잇따른 수주로 국내 방산 기업들로 구성된 테마 ETF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 군사 전문가는 정작 올해가 K-방산의 정점이자 끝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 “K-방산 올해가 끝” 

15일 본지와 인터뷰한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올해 연말 내지 내년 초까지는 K-방산 투자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지만, 당분간 조정 기간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염두에 두는 게 좋다”고 전했다. 그는 “K-방산은 올해가 끝물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방산 기업은 현재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K-방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유럽 각국의 군사력 공백이었다. 여기서 한국 기업들의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사진=최기일 교수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사진=최기일 교수

표면적으로는 전쟁이 장기화되며 호황이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전망이 다르다. 최 교수는 “이른바 K-방산의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 △우수한 품질 △납기 준수 능력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그러나 이 경쟁력은 충분히 추격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대표 방산 기업 라인메탈(Rheinmetall)을 예로 들었다. 라인메탈은 레오파르트2(Leopard2) 전차를 생산하는 회사로,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와 경쟁 관계다. 최 교수는 “독일 레오파르트2 전차 가격은 대당 250억 원 수준인데, K2는 96억~98억 원 수준이다. K2 전차 두 대 가격으로 레오파르트 한 대를 살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일은 연간 최대 생산량이 50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한국은 K2 전차를 연간 100대 이상 생산한다”고 밝혔다. 즉, K-방산이 가격과 생산력 둘 모두에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기일 교수는 이러한 한국의 장점이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최 교수는 “유럽이 재무장을 선언하며 국방 예산과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이 군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되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실현돼 K2 전차의 가격 경쟁력을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레오파르트2는 K2보다 한 세대 앞선 전차이기도 하다”며 “한국 방산 기업의 유럽 내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희토류 때문에 올해 K-방산 고꾸라진다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중국 내몽골 지역의 바이윈 에보 광산. 사진=NASA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중국 내몽골 지역의 바이윈 에보 광산. 사진=NASA

최기일 교수는 ‘희토류 쇼티지’도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최 교수는 “내년부터는 희토류 문제로 방산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2023년 12월 중국은 희토류 가공, 추출, 분리하는 기술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중국 상무부와 관세행정국은 올해 4월 특정 희토류 및 관련 자석을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통제 대상에는 사마륨,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등이 포함됐다. 형식은 허가제지만, 군사적 목적의 수출 허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 교수는 “방산 무기를 제작하는 데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없다”며 “그런데 중국이 민수용 희토류는 관리 차원에서 통제하지만, 군사용 희토류에 대해서는 수출을 금지해버렸다”고 주장했다.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17개 원소 그룹이다. 희귀한 자원은 아니지만, 추출과 분리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특히 2차, 3차 가공 능력은 대부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방위산업에서 희토류는 무기체계의 소형화·경량화·고성능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재료다. 네오디뮴, 사마륨, 디스프로슘, 이트륨, 세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밀 유도 무기에 들어가는 초소형 고성능 모터의 핵심 부품이다. 희토류 자석이 있어야 미세하고 빠른 움직임이 구현된다. 레이더, 잠수함 어뢰, 레이저, 전투기 엔진 부품, 전차 장갑재 등 국내 주요 수출 제품에도 모두 들어간다. 

◇LIG넥스원·한화시스템 가장 타격 

최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기업으로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을 지목했다. 그는 “희토류 문제의 심각성을 업계가 아직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대공 무기체계와 미사일에 필수적인 만큼,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나 현대로템도 영향권에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기일 교수는 “LIG넥스원은 직접 희토류가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며 “1차·2차 협력업체가 만든 부품을 조립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협력사들이 더는 희토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나 방산업계가 나선다고 해도 대체 물질을 개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대기업이나 정부도 희토류 부족 문제를 해결할 묘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2021년 말 발생한 요소수 사태를 언급하며 “요소수 문제만으로도 산업과 경제가 마비 직전까지 갔다”며 “당시 청와대 근무할 때 요소수 사태를 크게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희토류 부족의 파급력은 요소수 사태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덧붙였다. 

◇K-방산 인기에 휠휠 나는 방산 ETF 

삼성자산운용은 16일 ‘KODEX K방산TOP10 레버리지 ETF’를 출시했다. 지난 7월 ‘KODEX K방산TOP10 ETF’를 선보인 지 두 달여 만이다. 해당 상품은 출시 후 한 달 수익률이 지난 15일 기준 8.53%를 기록하며, 기존 K-방산 테마 ETF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순자산은 이미 1700억 원을 넘어섰다.  

K-방산 테마 ETF는 또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방산&우주’ △신한자산운용의 ‘SOL K방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된 상품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2023년 1월)이다. 4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 무려 5개의 K-방산 ETF가 나온 셈이다. 이들 ETF의 총 순자산은 1조 8000억 원이 넘는다. 

레버리지 ETF는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KODEX K방산TOP10 레버리지가 유일하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정해진 2배수만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를 말한다. 즉, 추종 지수가 1% 상승하면, 두 배인 2%의 지수가 상승하는 원리다.  

KODEX K방산TOP10 레버리지는 총 17개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iSelect K방산TOP10 지수를 따라간다. 구성 종목 비중은 상장 직후 기준으로 KODEX K방산TOP10이 29.32%로 가장 높았으며, △현대로템(28.01%) △한화에어로스페이스(24.60%) △한국항공우주(23.12%) △LIG넥스원(21.23%)이 뒤를 이었다. 또 하위 종목으로 △2025-10LIG넥스원개별선물(9.01%), △2025-10현대로템개별선물(9.01%) 등도 나란히 포진해 있다. 순자산은 299억원에서 시작하고 있으며 총보수는 0.64%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마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