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노회한 기술장인' 장인화 회장의 '토끼 잡는법'

|스마트투데이=한민형 기자| 재계 서열 6위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인수를 위해 최근 삼일회계법인, BCG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고 5일 발표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건 HMM의 최대주주로 매도주체인 산업은행이 포스코의 HMM 인수 검토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 뒤늦게 인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이번 HMM 인수검토사실 공개가 계열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의 최근 연이은 산재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HMM 인수야 말로 그간 잇딴 산재사고에 따른 그룹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할 뿐 아니라 현 정부의 염원(?) 사항까지 채워줄 수 있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HMM 대주주 산업은행, 뒤늦게 사태 파악.. 포스코 여론전에 '당혹'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설에 대한 이날 해명공시에서 "향후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 있으며, 인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HMM 인수 추진을 에둘러 공표한 것이다.
하지만 증시 참여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전날보다 2.82%(8000원) 떨어진 27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3∼4일의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HMM의 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36.02%)이고, 2대 주주는 35.67% 지분을 보유중인 한국해양진흥공사이다. 이들 1,2대 주주들은 포스코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은은 현재 수장이 공석중으로 HMM에 대한 매각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팔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매수자가 앞서 시장에 설레발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흥정 밀당과정에서 스스로 약자 포지션을 자처한 것에 숨겨진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투자금 마련과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 자본 비율을 낮추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HMM을 매각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HMM 지분가치는 대략 7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포스코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7조~8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23년, 산은이 HMM 매각을 위해 포스코에 입찰 참여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는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하림그룹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 자금 모집과정에서의 난항으로 HMM 협상이 중도 무산된 바 있다.
포스코는 철강 사업 성장 둔화와 2차 전지 소재 등 신사업 정체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를 인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2년 반 전 시큰둥하다가 뒤늦게 갑자기 인수에 몸이 달은 것은 포스코이엔씨의 잇딴 산업재해 사태에 따른 포스코 경영진의 위기감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M&A 및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현장 안전에 각별히 챙기라고 경고한 뒤에도 포스코이엔씨 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추가로 발생했고, 이에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포스코가 완전히 눈밖에 났다는 얘기가 지금도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포스코는 최근 이 대통령의 대미 통상협상 경제사절단에 끼지도 못하는 수모를 견뎌야 했다. 포스코는 재계 6위로 철강 관세가 50%라 당연히 포함될 줄 알았지만 포스코 자리에 고려아연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부산을 잡기 위해 민간기업인 HMM을 부산으로 내려 보내고, 해수부도 연말 이전을 추진중이다.
◇'철강업계 노회한 기술장인' 장인화 회장의 '토끼 잡는법'(?)
철강업계의 노회한 기술장인 장인회 회장의 눈길은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HMM을 인수, 자발적으로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북극항로 개척에 적극 나서 부산 민심을 돌려세우면 여권으로부터 긍정적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철강품목에 관세 50%를 부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HMM 인수 카드야 말로 꿩먹고 알먹는 묘안이라는 얘기이다.
1955년생 장인화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의 전형적인 K-S라인이다. 전 정부 핵심인사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대기 전 대통령실장, 박진 전 외교부 장관 등과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그의 막내 고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