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팔란티어 베팅’ 3개월 수익률 2배…미래에셋, 더 큰 승부수
최근 IPO로 주목받았던 피그마도 핵심 종목으로 구성
팔란티어 고평가 논란 속 성과 재현 시험대…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팔란티어(Palantir)’ 비중을 크게 높인 미국 AI 소프트웨어 ETF 테마를 출시한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소프트웨어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에 이은 국내 세 번째 미국 AI 소프트웨어 테마의 ETF다. 다만 시장에서는 ‘팔란티어’의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이미 성과를 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AI 소프트웨어 테마를 기반으로 한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를 오는 9일 론칭한다. 이번 ETF는 팔란티어(25%), 오라클(Oracle·15%), 피그마(Figma·15%), 앱러빈(AppLovin·15%) 등 핵심 네 종목을 중심으로 전체 비중의 70%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또 템퍼스 AI(Tempus AI) 같이 메디컬 AI에서 떠오르는 기업도 추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팔란티어는 현존 AI 소프트웨어 기업 중 가장 뛰어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일각의 고평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와 고객층이 정부·공공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소프트웨어’는 팔란티어(11%), 오라클(10.3%),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10.3%), 앱러빈(7.2%)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은 팔란티어(17%), 오라클(16.5%), 마이크로소프트(13.8%), 앱러빈(11.4%) 등을 담고 있다.
◇ KODEX 미국AI소프투웨어TOP10의 차이점은 ‘비중’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AI 소프트웨어 ETF는 모두 10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다만 비중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핵심 종목 3개 종목의 비중을 20%씩으로 설정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개 종목의 비중을 25%로 두고, 뒤따른 3개 종목의 비중을 15%씩 뒀다. 이로써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 내 팔란티어의 비중은 KODEX 미국AI소프투웨어TOP10보다 더 커지게 된다. 소수 핵심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로인한 변동성 리스크도 존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높은 변동성은 높은 기대수익률을 동반하며, 이는 현재 초기 성장 단계인 미국 AI 소프트웨어 산업의 자연스러운 특징이라고 본다”며 “리밸런싱 기간도 있고, 단일 종목의 비중이 30%를 초과할 경우 비중을 재조정하는 원칙(캡룰)이 있어 과도한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런 전략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 성공 방정식을 오마주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상품을 지난 5출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련 테마를 내놓았던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소프트웨어'의 구성 종목을 거의 그대로 따라갔지만, 팔란티어·오라클·앱러빈 등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당시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팔란티어의 주가를 의식해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은 9월 3일 기준 최근 3개월 수익률 약 1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소프트웨어 수익률은 약 6%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단기 성과만 놓고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전략이 우위를 보여준 셈이다.
◇ 핵심 종목 ‘피그마’도 중요한 차이점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 ETF'에 피그마가 주 종목으로 배정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피그마는 미국의 웹브라우저 기반 협업 툴로 시작한 가장 주목되고 있는 기업이다. 2022년에는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하기 위해 200억 달러(약 27조원)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피그마는 어도비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강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IPO를 하며 주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 테마에 피그마까지 추가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쟁 운용사 테마에는 없는 템퍼스 AI(Tempus AI) 같은 종목을 추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두 종목 모두 해당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 AI 소프트웨어 ETF들이 빅테크나 사이버보안 종목을 일부 포함한 것과 달리, 우리는 AI 기술을 핵심 사업 모델로 활용하는 '순수 AI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하고자 했다"면서 "이런 원칙에 따라 템퍼스 AI와 피그마를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ETF는 각 산업 분야에서 AI 기술을 통해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한 기업들로만 구성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고 덧붙였다.
다른 운용사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따라 핫한 기업인 피그마와 템퍼스 AI를 ETF에 편입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은 자신들의 AI 소프트웨어 ETF 리밸런싱을 각각 9월과 10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 리밸런싱 과정에서 기존 종목이 편출되고, 새로운 종목이 편입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