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사전 마케팅으로 '논란' 일으켜
“효력발생일 前 ETF 알리는 행위는 중대한 위반” vs. "향후 계획 언급 수준"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나친 ETF(상장지수펀드) 마케팅 활동이 빈축을 사고 있다. 자사 ETF 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올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해당 ETF 상품을 실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 제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미래는 각각 'KODEX'와 'TIGER'라는 국내 대표 ETF 브랜드로 투자자들의 ETF 상품 투자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ETF는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으로, 세금 혜택 등 다양한 이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미래에셋운용, 사전 마케팅 禁한 자본시장법 위반 '줄타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효력발생일 이전에 ETF를 사전 마케팅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해당 ETF상품은 ‘TIGER 미국AI소프트웨 TOP4Plus’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28일) <미국 투자 전략! S&P500부터 AI까지>라는 제목의 라이브 웹세미나를 유튜브에서 진행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웹세미나에 출연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담당 직원은 자사 ETF 라인업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TIGER 미국AI빅테크10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TIGER 글로벌AI전력인프라액티브 등이 포함됐다.

◇ "효력발생되지 않은 상품의 출시일·컨셉·종목 공개는 자본시장법 '위반'"

이날 세미나에서 효력발생일 이전으로 현재까지  투자설명서조차 공개되지 않은 일부 ETF 상품 관련 내용을 직원이 성급하게 언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AI 관련 ETF 라인업을 소개하던 도중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AI 소프트웨어인데, 이 ETF는 9월9일 출시가 된다”며 “어떤 종목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비밀”이라고 주목을 끈 것이 거꾸로 화근이 됐다.

웹세미나 말미에 그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AI 소프트웨어는 팔란티어를 포함했다”며 “이 친구(팔란티어)를 제외하고 소프트웨어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내용은 9월8일 라이브 세미나로 설명을 드릴 예정”이라며 “9월9일에 상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관련 멘트는 4분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웹세미나에서 효력발생일이 지나지 않은 ETF에 대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 출처=미래에셋자산운용 웹세미나 캡쳐
웹세미나에서 효력발생일이 지나지 않은 ETF에 대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 출처=미래에셋자산운용 웹세미나 캡쳐

A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공모펀드 효력발생일 이전에 마케팅·모집매출뿐만 아니라 이 상품을 알리는 것도 금지된다”며 “그런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효력발생일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ETF의 상장일, 포트폴리오, 컨셉 등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삼성자산운용의 과대광고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내부 통제에 대한 논란도 덩달아 거론되고 있다.  그는 “웹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무 부서와 컴플라이언스 부서 모두 사전 마케팅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통제 소홀을 지적했다.

웹세미나에 사용된 자료에도 ‘팔란티어를 포트폴리오로 둔 AI 소프트웨어 ETF가 조만간 출시된다’는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다른 의견도 있다.

B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상품 명칭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을 빠져나갈 여지는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ETF의 표준코드가 나온 뒤 자산운용사는 해당 ETF를 언급하기 시작하고, 이후 효력발생이 되면 정식으로 마케팅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통상적 관례”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날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논란을 불러일킬 여지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번 세미나에서 AI소프트 테마에 대한 설명을 한 것으로, 상품명과 자세한 컨셉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며 "이미 상품에 대한 코드 발급은 세미나 전에 공시된 상태로, 이를 규정 위반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세미나 자료는 내부통제 지침에 따라 모두 사전검토된 것으로 위반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 제123조에 따르면, 증권을 모집하거나 매출하는 경우 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그 증권신고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에 금융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는 효력발생일이 지난 이후에 ETF의 자금을 모으는 마케팅을 실시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칫 법 위반 사항이 확정된다면 형사처벌에 이어 법률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손실액)의 최대 5배에 상당하는 벌금까지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 삼성, 지난달 금투협 지적에 '과장광고' 뒤늦게 수습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과도한 경쟁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을 이끄는 양대 운용사가 ETF 점유율에서 서로 밀리지 않기 위해 지나친 경쟁을 하면서 시장 질서를 거꾸로 교란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월 금융투자협회의 지적을 받고 자사 ETF에 대한 과장된 광고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문제가 된 ETF는 KODEX 미국S&P500으로, 삼성자산운용은 이 ETF를 광고하면서 기존 분배금 외 추가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구를 사용했다.

미래에셋그룹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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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vs.미래, 수수료경쟁·상품베끼기 등등..'앙숙'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자산운용이 건전한 경쟁 관계보다는 서로 앙숙 지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양대 자산운용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ETF를 두고 보수를 매우 낮은 수준까지 내리는 경쟁을 벌여 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최저 보수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마케팅 전쟁’으로 평가하고 있다.

ETF 베끼기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ETF와 유사한 테마의 ETF를 만드는 방식이 국내 ETF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먼저 검증된 시장을 후발주자가 따라가는 패턴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ETF의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구성과 방법론이 다르다고 해도 이 역시 ‘ETF 베끼기’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오는 9월9일 상장할 것으로 추정되는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 역시 베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카테고리에서 가장 먼저 ETF를 출시한 곳은 신한자산운용이다. 이 회사는 2024년 5월 14일 SOL 미국AI소프트웨어를 론칭했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4월22일 동일한 테마의 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을 내놓았다. 신한과 삼성의 미국 AI 소프트웨어ETF 상품에도 팔란티어는 핵심종목으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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