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3종 비만 치료제 ETF 집중 상장
3종 종목 구성 유사도 매우 높아...트렌드 꺾이자 주가는 하락

[ETF 디코드] ETF는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각종 시장 변화와 트렌드를 비추는 렌즈와 같다. ETF와 이들 상품을 만드는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자산운용사, 금융당국,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에게 유의미한 시그널을 전하고자 한다.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비만 치료제 붐을 타고 비슷한 시기에 상장됐던 ‘글로벌 비만 치료제 ETF’ 3종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비만 치료제 테마의 ETF 총 3개다. 스타트를 끊은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이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2024년 2월 14일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를 내놓았다. 불과 약 2주 후 2종의 유사한 ETF가 상장됐다. KB자산운용의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가 이에 해당한다.

A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당시 워낙 비만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컸다”며 “거의 모든 자산운용사가 비만 치료제 테마의 ETF를 내부에서 검토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삼성자산운용이 먼저 해당 ETF를 내놓으면서, 다른 2개사가 뒤이어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전했다.

다만 베끼기 이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셋 상품 모두 유사한 방법론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는 10개 종목에 투자하며, 그 중 2개 종목에는 각 25%의 비중을 할당한다. 즉, 2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도 10개 종목에만 투자하며, 2개 종목의 비중을 25%로 정했다.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도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그리고 상위 2개 종목의 비중을 각 28%로 할당했다. 3종 ETF는 모두 10개 종목에 투자하면서 2개 종목에는 50% 이상의 비중을 몰아주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방법론이 유사한 탓에 종목 구성도 유사하다. 비중 1위와 2위는 모두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다. 나머지 종목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암젠,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노바티스, 머크 등은 적어도 ETF 2종의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다.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비슷한 만큼 퍼포먼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8월 22일 기준,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27.20%다.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와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각각 -23.54%와 -24.86%다.

3종 ETF 상장 직후 퍼포먼스는 양호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같은 차세대 비만 치료제들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15% 이상)를 입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급등하며 이들 ETF의 퍼포먼스를 이끌었다.

그러나 주가 상승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초기 폭발적 성장 이후 투자자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복잡성과 변동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즉,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약값 인하 압박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B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신규 ETF를 만들 때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며 “특히 거품이 있을 법한 주제에서는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칫 고점을 잡게 되면, ETF의 성과가 장기간 부진하게 나오게 된다”며 “이는 투자자의 외면으로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자산운용은 비만 치료제 ETF 출시 당시 순자산 증가 속도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2024년 3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달 14일 상장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의 순자산이 한달만에 11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와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의 최근 순자산은 600억 원대다.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의 순자산은 46억 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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