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5년 연이어 나오는 원자력 ETF
원자력 섹터 내 종목 제한적...겹치는 종목 많아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9월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KODEX K원자력SMR ETF가 ‘베끼기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원자력 테마의 ETF가 줄줄이 나온 가운데 이번 삼성자산운용과 명칭이 동일한 ETF마저 존재하기 때문.

2025년에만 이미 4개의 원자력 ETF가 등장했다. 2022년에 이미 상장된 3개를 더하면 총 7개의 원자력 ETF가 존재한다. 여기에 삼성자산운용의 새로운 ETF가 더해지면, 8개가 된다.

무려 7개의 자산운용사가 원자력 테마의 ETF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대형 자산운용사의 ETF 베끼기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 원전 정책 붐 타고 세팅된 2022년 ETF

원자력 ETF는 크게 2022년 그룹과 2025년 그룹으로 나뉜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 전력 생산에서의 원자력 비중을 27.4%에서 3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새로운 정부의 ‘원자력 힘 싣기’에 원자력 관련 종목의 주가는 급등했다.

몇몇 자산운용사는 발빠르게 대응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6월 28일 HANARO 원자력iSelect와 ACE 원자력테마딥서치를 론칭했다. 이 두 ETF는 한국의 원자력 관련 종목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하고 있다.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현대건설, LS일렉트릭, 한전기술, 한전KPS, 비에이치아이 등이 주요 종목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으로의 수혜를 입었는데, HANARO 원자력iSelect의 순자산은 약 3700억 원으로 커졌다. 이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ETF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아쉽게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원자력테마딥서치의 순자산은 성공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620억 원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위험을 무릎 쓰고 먼저 움직인 퍼스트 펭귄의 장단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2022년 두 자산운용사보다는 늦게 합류한 곳도 있다. KB자산운용은 10월 13일 RISE 글로벌원자력이란 명칭의 ETF를 내놓았다. 앞선 두 곳이 한국 원자력을 테마로 내놓았단 점에 착안, 글로벌로 그 범위를 넓혔던 것이다. 이 ETF는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 외에도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Constellation Energy), 카메코 (CAMECO), BWX 테크놀로지스 (BWX Technologies) 등 글로벌 기업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 2025년 다시 돌아온 원자력 붐

2025년 5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인 400GW로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46년 간의 탈원전 기조를 완전히 뒤바꾼 전환점이다. 이런 미국 정부의 태세 전환에 따라 원자력 투자는 급증했고 관련 종목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런 트럼프 정부의 본격적인 행동 전에 미리 움직인 자산운용사는 한화자산운용이었다.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성장, 원자력 발전소의 증가 등의 움직임을 감지한 한화자산운용이 2025년 1월 14일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을 선보였다. 이 ETF는 우라늄 채굴, 우라늄 변환·농축, 원전 설계·건설, 소형 모듈 원전 등 원자력 산업 밸류체인 전후방 분야에 투자한다.

신한자산운용도 가세했다. 이 자산운용사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에 집중했다. 원자력 테마에 올라타면서 동시에 기존 ETF와의 차별점을 가져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신한자산운용은 5월 20일과 8월 19일 각각 SOL 미국원자력SMR과 SOL 한국원자력SMR을 출시했다.

H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 산업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원자력 ETF를 자신들의 라인업에 추가해가고 있다”면서 “원자력 산업 내 투자할 종목이 한정적이어서 포트폴리오 간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 ETF 리딩 기업의 베끼기

자산운용사들은 특정 산업이 큰 주목을 받을 때 관련 테마 ETF를 내놓고 싶은 큰 유혹에 빠진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더 쉽게 순자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운용사들도 타사가 이미 내놓은 ETF와는 차별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가를 다르게 하거나 테마를 더 좁히는 식이다.

D 자산운용사의 ETF 운용을 맡고 있는 임원은 “자산운용사들도 타사의 테마를 베끼더라도 차별점을 두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서도 “그런데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오히려 기존과 매우 유사한 ETF를 그대로 내놓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마케팅을 통해 차별점이 없어도 기존 ETF를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8월 19일 TIGER 코리아원자력을 내놓았다. 이 ETF는 명칭에서는 HANARO 원자력iSelect와 겹친다. 한국 대표 원전 종목에 투자한다는 테마이기 때문.

그리고 TIGER 코리아원자력의 종목 구성은 같은 날 상장된 SOL 한국원자력SMR과 매우 유사하다. 두 ETF의 포트폴리오 종목 수는 각각 15개와 12개인데, 이 가운데 7개가 겹친다.

이런 와중에 삼성자산운용이 KODEX K원자력SMR을 내부적으로 준비한 것이다. 이 ETF는 9월 중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명칭으로 미뤄볼 때, 이 ETF는 국내 원자력 및 SMR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이 ETF의 포트폴리오가 SOL 한국원자력SMR이나 TIGER 코리아원자력과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구성과 테마가 유사한 ETF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마케팅 예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024년 광고선전비는 각각 154억 원과 171억 원에 달한다. 이는 ETF 점유율 3·4위인 KB자산운용의 2024년 광고선전비 65억 원과 17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H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사한 ETF가 많아지면 자산운용사들은 자연스럽게 마케팅 경쟁을 하게 되고, 이는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한국 ETF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ETF 베끼기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유사한 ETF가 많은 것은 투자자들에게도 큰 효용을 주진 않는다”며 “투자자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ETF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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