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출처: 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출처: 우리은행]

|스마트투데이=김국헌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동양생명 · ABL생명 인수를 강행한 직후 2번째 사과문을 내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수사의 불똥이 튀기 전에 속전속결로 인수 계약을 매듭짓고, 공을 금융당국에 넘겼다. 우리금융그룹의 종합금융그룹 청사진을 완성했지만, 금융당국의 결정이 우리금융의 운명을 결정짓게 됐다.

◇ 인수계약 서명하고 사과문 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은 28일 숨가쁘게 움직였다. 오전에 한 시간 차이로 동양생명 · ABL생명 인수 발표와 임종룡 회장 사과문을 내놨다.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한 후 10년 만에 보험업에 다시 발을 들였다. 이달 초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하고, 동양생명 · ABL생명을 1조5,493억원에 인수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은 은행-보험-증권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임종룡 회장의 숙원을 이룬 직후 그는 지난 12일에 이어 16일 만에 다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루 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가 우리은행 회현동 본점을 비롯한 사무실 8곳을 압수수색했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검찰이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현 경영진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임 회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을 늑장 보고한 책임을 묻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처: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처: 우리금융그룹]

◇ 제재 고민하는 금융당국..검찰 수사도 변수

이제 공은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로 넘어왔다. 금감원이 징계 수위를 어떻게 정할지, 현 경영진의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보험사 인수와 결부할지,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시킬지는 당국 의중에 달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일 우리금융그룹을 질타했고, 금감원도 늑장 보고한 우리금융그룹의 대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었다. 두산밥캣 지분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라고 압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두산의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인수도 금융당국의 제재로 무산될 수 있다. 실제로 임 회장도 사과문에서 "이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사업계획의 수립, 금융당국의 승인 등 많은 절차가 남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검찰 수사도 난관이다. 작년 말 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 인수도 사법 리스크로 무산됐다. 검찰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 불거진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면서, 시버트가 지분 매각을 중단했다. 

다만 중국 다자보험그룹(옛 안방보험그룹)은 시버트와 입장이 다르다. 지난 2019년부터 해외 자산인 동양생명 매각을 타진해왔기 때문에 우리금융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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