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감산으로 메모리 단가 저점 확인…회복세 보여"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 높은 재고와 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감산으로 메모리 단가는 저점을 확인했으며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D램(DRAM) 시장이 내년에 40% 이상 성장하고 낸드 플래시도 25% 이상 성장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부터 장기간 침체를 벗어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메모리 수요의 증가는 시장 성장세를 못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는 10% 초반대의 증가세로 급격한 수요의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교보증권 리서치 최보영 수석연구원은 2024 연간전망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미·중 패권분쟁으로 반도체의 국가 안보 및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으며 미국의 반도체 지원정책 강화로 반도체 저변 확대가 예상된다"며 "한국 반도체산업은 독과점의 산업구조이며 반도체 밸류체인의 업종 전문화로 가격 경쟁력의 강점을 보유하나, 이해관계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지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중국을 비롯해 일본, 베트남 등 각 국 정부들이 반도체 사업 발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육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는 무역분쟁과 군사적 대립 등으로 '전략적 자원'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어 패권 전쟁의 무기화로도 사용된다.

전세계 D램 점유율(위), 낸드 점유율(자료=트렌드포스)
전세계 D램 점유율(위), 낸드 점유율(자료=트렌드포스)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D램 시장의 60% 이상을, 낸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에 기술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갖췄으며 공정 기술과 생산 능력 역시 높은 수율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독과점에 가까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닌만큼 메모리 시장의 방향성에 따라 한국 메모리 제조 업체들의 수익성도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과 같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었으나 지난 1년과 같은 침체기에서는 역대급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4분기 반도체(DS)부문에서 95%의 영업이익 감소가 일어났으며 올해 3분기 동안 13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올 한해 8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올해 끝나고 내년부터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회복세는 더디지만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인 감산으로 재고량을 줄였으며, 이로 인해 판매 단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D램 부분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산을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는 약 25~30%, SK하이닉스는 20%, 마이크론은 25~30% 수준이다. 

낸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크론과 키옥시아가 각각 30%, 20% 감산했으며, 올 1분기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이 각각 15% 감산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부터 비교적 늦게 감산에 들어갔으나 감산 폭은 4분기까지 35% 수준으로 늘일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은 판매 단가의 상승으로 직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전월 대비 15.38% 상승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오른 것은 2021년 7월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의 10월 평균 고정 거래가격도 전월 대비 1.59% 상승했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전반적인 수요는 계속해서 완만하지만, 낸드 공급업체들은 가격이 이미 원가 수준을 하회하고 있기 때문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며 "가격 상승은 적어도 2024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동향(자료=교보증권 리서치)
메모리 가격 동향(자료=교보증권 리서치)

지속적인 단가 상승으로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최보영 연구원은 "2024년 글로벌 D램 시장은 663억 달러로 올해 대비 41.0% 증가하며 낸드 시장은 475억 달러로 올해 25.3%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메모리 수요의 시장은 더딜 수 있다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매크로 연착륙에 따라 급격한 수요의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D램 수요는 올해 전년 대비 4.1%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13.2% 성장할 것이며, 낸드 수요는 내년에 14.1%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실적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내년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손익 개선 효과가 43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가격 상승 효과로 실적 개선 방향성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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