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지난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고도 주가는 오히려 10% 넘게 폭등했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온 코스알엑스를 완전 인수키로 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10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주식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전거래일보다 11.07% 상승한 12만6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주회사 아모레G도 2만8600원으로 9.37% 급등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 급락 여파로 1.41%, 코스닥지수는 2.78% 급락한 가운데 눈에 띄는 상승세를 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개장 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뒤 20%대 폭락한 LG생활건강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3분기 매출은 5.1% 감소한 8888억3200만원, 영업이익은 172억53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했다. 순이익은 266억4300만원으로 2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컨센서스는 매출이 9240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65억원, 351억원이었다. 매출이 예상치를 밑돈 것은 물론 핵심인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아모레G의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반전 카드를 갖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공시와 함께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 지분 28만8000주(56.75%)를 7551억원에 취득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4월 24만주, 2025년 4월 4만888주를 취득하게 된다. 취득이 완료되면 지분율은 93.2%로 사실상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1년 9월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취득했다. 당시 잔여지분에 대해 내년부터 2025년에 걸쳐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걸었다. 

이번 매매금액은 당시 기업평가 최대금액을 기초로 산정됐다. 코스알엑스의 2022년도 감사보고서에 기반해 16만8000주를 3865억원으로 평가했고, 7만2000주는 2023년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최대 대금 2215억원으로 산정했다. 나머지 4만8000주는 2024년도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산정키로 했는데 최대 대금 1471억원으로 평가했다. 2023년, 2024년은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은 미래인 만큼, 코스알엑스의 실적 전망치를 수용해 가격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설립된 코스알엑스는 민감 피부를 위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다. '스네일 라인', 'THE RX 라인'을 중심으로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스킨케어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6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나타냈으며 지난해에는 20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1902억원, 영업이익 717억원을 거두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빠른 말을 일컫는 '적토마'인 셈이다.

특히 코스알엑스는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 개 국가에 진출하며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진출한 아마존에서 '어드벤스드 스네일 96 뮤신 파워 에센스'와 같은 주요 제품이 뷰티&퍼스널 케어 부문 톱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등 북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리스크에 질릴 대로 질린 투자자들에겐 빛이었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디지털 채널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마케팅으로 급성장 중인 코스알엑스가 그룹의 일원이 돼 기쁘다"며 "코스알엑스의 고유한 역량을 더욱 극대화하면서도 아모레퍼시픽이 가진 비전과 사업관리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고객이 사랑하는 매력적인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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