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철이 다가오면서 기업들도 주총 준비에 한창입니다. 주총에선 등기이사 선임을 빼놓을 수 없죠. 주총에서 승인되면 비로소 임원 선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셈입니다. 오너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사 선임은 이사회 추천을 받아 이뤄집니다. 물론 당사자의 사전 결재 즉,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죠. 이사회의 후보 추천. 오너 경영인에 대한 사내 혹은 셀프 평가서 내용을 파헤쳐 봤습니다. (편집자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2023 한국방문의해 K-관광 민·관 전략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이사회에서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2023 한국방문의해 K-관광 민·관 전략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이사회에서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회사의 지속 성장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더욱 더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여 이사 선임을 추천한다"  삼성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호텔신라 이사회의 이사 추천 사유는 한마디로 이 사장의 풍부한 경험과 역량이 높은 만큼 사내에서 그의 역할이 더욱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한마디로 대체불가한 절대적 입지에 있다는 것입니다. 

추천사유 문구대로라면 때마침 지난 3여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호텔신라를 이 사장이 어떻게 이끌어갈 지 주목됩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01년 8월 입사하면서 호텔신라와 연을 맺었습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에서 겸직하기도 했지만 호텔신라에서 21년 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이사회내에서도  최고참이 확실하죠. 

호텔신라 이사회는 이부진 대표의 이같은 오랜 경력에 대한 언급으로 추천서를 시작합니다. 

이사회는 "이부진 대표이사는 지난 2001년 8월 호텔신라 입사 이후 총 21년 7개월 재임기간 동안 경영전략담당 및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회사 내 호텔과 트래블 리테일(Travel Retail) 등 모든 산업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경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사회는 그 근거로 "이부진 대표가 면세유통부문의 글로벌 톱3(Global Top 3) 위상을 확보한 동시에 호텔&레저부문에서는 호텔 브랜드 신규 개발과 확장 등으로 각 사업별 성장과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사회의 이사 후보 추천 사유 기재 의무화가 시작된 2020년과 비교할 때 확실히 표현에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3년전에는  "2001년 8월 호텔신라 입사 이후 총 18년 6개월 재임기간 경영전략담당 및 대표이사 역할 수행으로 회사 내 호텔, 면세, 생활레저 등 전 사업에 대한 경영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업에 대한 경영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이 '높은 수준의 경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로 바뀐 것입니다. 

3년전은 이사 후보 추천 사유 기재가 도입된 첫해인지라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다소 무미건조한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그보다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면서 이부진 사장에 대한 신뢰도 또는 사내 입지가 더 탄탄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이 이같은 내용의 추천 사유를 사전에 훑어봤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부진 대표 스스로  어느 때보다 더 강한 자신감으로 충만해져 있음이 엿보입니다.  

특히, 다소 막연한 표현이었던 '사업'은  '산업'으로 바뀌고, '이해도'는  '경영 역량'으로 탈바꿈한 부분에서 그의 카리스마 또는 후광이 보입니다. 호텔신라가 최근 3년간 거쳐온 고난의 시절을 되돌아볼 때도 충분히 그럴만해 보입니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해 외형을 확장하면서 2019년 5조7173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권에 든 2020년 매출은 3조1881억원까지 사실상 반토막이 났습니다. 절망적이었죠. 

그러다 2021년 3조7791억원, 지난해엔 4조9220억원까지 회복했습니다.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매출의 86%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입니다. 회복세도 회복세였지만 신라스테이는 최대 매출을 경신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제 본격적인 리오프닝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회사의 지속 성장과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더욱 더 (이부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장으로 추천 사유을 마무리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짜여질 판에서 이부진 대표가 과거 면세점 사업 등에서 보여줬던 적극성을 재차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것입니다.  

오랜기간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이혼문제 등 가정사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마무리됐습니다. 때마침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이사회에서 이부진 사장은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 'K-관광' 활성화의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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