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철이 다가오면서 기업들도 주총 준비에 한창입니다. 주총에선 등기이사 선임을 빼놓을 수 없죠. 주총에서 승인되면 비로소 임원 선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셈입니다. 오너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사 선임은 이사회 추천을 받아 이뤄집니다. 물론 당사자의 사전 결재 즉,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죠. 이사회의 후보 추천. 오너 경영인에 대한 사내 혹은 셀프 평가서 내용을 파헤쳐 봤습니다. (편집자주)

 2017년 3월 판교 벤처밸리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에 참석, 이각모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 NS홈쇼핑 
 2017년 3월 판교 벤처밸리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에 참석, 이각모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 NS홈쇼핑 

김홍국(66) 하림그룹 회장하면 병아리 10마리와 나폴레옹 프랑스 황제의 이각모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병아리 10마리는 훗날 김 회장이 자산 총액 15조원이 넘는 하림그룹을 일구게 한 밑천이었고, 어느새 그를 소개할 때 붙는 관용구가 됐습니다. 

나폴레옹 황제의 이각모는 김 회장이 2014년 10월 경매에서 26억원을 주고 낙찰받아 소장하고 있는 물건인데요. 중장년 세대들에게는 'Boys, be amtious(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문구와 짝을 이뤄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말을 타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갔던 나폴레옹 황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계열 NS홈쇼핑 사옥에 나폴레옹 기념관을 열어 이각모를 전시하면서 어릴 적 나폴레옹 전기에 감동을 받고 무한긍정 정신으로 무장해 자산 10조원 규모 사업가로 거듭났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또 젊은 세대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앞날을 헤쳐 나가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자신을 나폴레옹 황제와 동일시하려는 게 아니냐며 입방아를 찧기도 했는데요. 이각모를 낙찰받은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이각모는 어느새 김홍국 회장과 한쌍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림은 오는 29일 전라북도 익산 본사 사무실에서 정기주주총회을 열고 김홍국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할 예정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하림에서 대표이사를, 2018년부터는 하림지주의 대표이사를 겸직해오고 있습니다. 

3년 전인 2020년 이사 추천 사유 기재가 첫 시행됐을 때 '산업 전문가'로 소개됐던 김 회장. 이번에는 경영능력을 겸비한 그룹의 명실상부한 '오너'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김 회장은 "후보자는 국내외 축산업의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역할을 수행했다"고 소개됐습니다.  병아리에서 시작된 하림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사회는 이어 "식품 사업 경쟁력 강화 및 해외 사료 사업의 확대 등 미래 경쟁력 확보와 준법 경영 체계 강화를 위한 의사결정 및 직무 수행이 가능한 후보자"라고 추천했습니다. 그룹보다는 계육에서 일가를 이룬 뒤 식품 분야로 확장한 기업을 이끌 전문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번에는 "하림그룹 회장을 역임하면서"라는 구문으로 김 회장 추천사가 시작됩니다. 공식적으로 지난 2001년 그룹 회장 직함을 단  김 회장입니다. 올해로 23년차죠. 

이사회는 김 회장이 "하림그룹 회장을 역임하면서 탁월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였으며"라며 김 회장의 그룹 총수로서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또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선제적인 대응과 미래의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하림의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판단하여 이사 후보로 추천한다"고 추천 사유를 마무리했습니다.

하림그룹은 양계장에서 출발해, 축산과 사료, 해운, 유통 판매, 식품 제조업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지난 2021년에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죠. 그룹 총수로서 김 회장은 추가적인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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