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철이 다가오면서 기업들도 주총 준비에 한창입니다. 주총에선 등기이사 선임을 빼놓을 수 없죠. 주총에서 승인되면 비로소 임원 선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셈입니다. 오너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사 선임은 이사회 추천을 받아 이뤄집니다. 물론 당사자의 사전 결재 즉,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죠. 이사회의 후보 추천. 오너 경영인에 대한 사내 혹은 셀프 평가서 내용을 파헤쳐 봤습니다. (편집자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일 창업자인 서정진(67) 명예회장의 현직 복귀 소식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난지 딱 2년 만입니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그의 복귀를 일제히 환영했습니다. 셀트리온이 5% 가량,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각각 7.05%, 15.58% 급등했습니다. 사업 측면은 물론이고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그의 불도저 리더십을 다시 기대하는 주주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회사측은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를 추진중인 현 경영진이 서 명예회장의 한시적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서 명예회장은 2021년 3월 물러날 당시 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로 다시 현직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한 바 있다고도 했습니다. 

은퇴 약속을 어기고 돌아온 쑥쓰러움에 대한 변명으로도 보입니다.  

서 명예회장은 비상장사로 그룹의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필두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4개사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합니다. 전계열사를 아우르는 일선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는 셈입니다. 

셀트리온 이사회가 내놓은 서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추천 사유도 회사측이 밝힌 내용도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셀트리온 이사회는 서 명예회장이 "바이오의약품 자체가 생소한 국내 환경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발굴하고,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개발에 성공하였으며, 회사 설립부터 (지난) 20년간 (주)셀트리온을 글로벌 1위 바이오시밀러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바이오시밀러 사업 이외에도 후보자의 지휘 하에 국내 최초 항체 신약 개발을 성공하는 등 후보자는 (주)셀트리온이 글로벌종합제약사로 도약함에 있어 초석을 마련했다"고도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사회는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 추진 목적으로 서정진 후보자의 한시적 경영 복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후보자의 글로벌 경제 및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경영 전문성은 핵심 사안들의 의사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비단 서 명예회장이 셀트리온이 현재 처한 상황에 급급하게 대처하기보다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특히, 거시 환경 요인에 따라 제약바이오 산업 내 라이센스-인(license-in), 협업(collaboration), M&A 등의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3년은 (주)셀트리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장에 중요한 기점으로 생각하고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글로벌 위기가 지난 후에는 완전이 차원이 다른 회사로 퀀텀점프한 청사진을 이사회가 꿈꾸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절대적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고, 서 명예회장이 바로 적임자라는 주장으로 읽힙니다. 

이사회는 그래서인지 "(이사회는) 서정진 후보자의 리더십과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을 (주)셀트리온 사업 성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추천서를 마무리했습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복귀 소식을 알리면서 "셀트리온그룹은 경제위기 뿐 아니라 전략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라고 말했습니다. 셀트리온이 당면한 과제가 이들 세 가지로 요약된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 중 계열사 합병을 '굵직한 현안'으로 꼽은 것이 상대적으로 가장 더 눈길을 끕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해 셀트리온홀딩스 아래 둔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서정진-셀트리온홀딩스-가칭 '합병 셀트리온' 이렇게 그룹 지배구가 단순해집니다. 

셀트리온그룹은 과거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상장 3사간에 이뤄지는 거래로 인해 실적이 부풀려진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왔죠.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법적 혐의에서는 한발짝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내부거래를 완전히 해소하는 등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 달라는 시장의 요구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명예회장으로 한 발 물러서긴 했어도 결코 뒤에서 손놓고만 있지 않았을 서정진 창업자. 공매도와의 전쟁 선포로 때로는 '쌈닭' 같았던 그가 셀트리온에서 시즌2를 어찌 보낼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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