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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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지난달 석유 시추와 화석연료 배출로부터 기후와 취약한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34개 이상의 법안에 서명했다. 이 기후법안에는 가정, 학교를 비롯해 시추 작업으로 인해 사람들이 해를 입을 수 있는 장소에서 975m 이내에서 새로운 유정 및 가스정 채굴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석유 및 가스 시추장소 주변에 보건 및 안전 구역을 만들려는 민주당의 이전 시도는 2020년과 2021년에 실패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한 상세한 법안 내용을 보면 결정적으로 새 법에는 기존 시추 작업의 약 800m 완충 지대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위한 보호 장치가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소음과 빛에서부터 유정 및 저장 탱크의 독성 가스 방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 사업자는 규제 기관에 기존 시추 현장에서 운반되는 모든 폐수의 화학 물질 분석을 제공해야 하며, 2027년 1월까지 이러한 현장에서 유독 가스 및 온실가스 메탄의 누출을 신속하게 감지하고 수정하는 계획을 구현해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경제 발전의 가속화로 기후 변화에 취약한 지역이 됐다. 자연조건도 그렇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기후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으로 변모했다. 캘리포니아에서 기후 관련 법을 시행하면 그 법은 미국 내 여러 주에서 바이블이 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서도 기후 대응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진다. 캘리포니아가 텍사스에 버금가는 원유 매장지이고 화석연료 사업자들이 강건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어 이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LA타임즈는 주요 석유 및 가스 회사를 대표하는 로비회사 닐슨 머크새머(Nielsen Merksamer)가 법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로비그룹인 캘리포니아 독립 석유 협회(California Independent Petroleum Association)의 제롬 리디(Jerome Reedy) 이사를 대신해 법안을 뒤집기 위한 국민 투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오는 12월 15일까지 62만 3212명의 찬성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성공하면 2023년 1월 1일에 발효될 예정이던 이 법의 시행이 2024년 유권자들이 발언권을 행사할 때까지 연기된다.

주 상원의원 레나 고나잘레즈는 “국민투표는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낙관한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은 탄소와 화석이 없는 미래를 믿는다. 물론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 투표가 진보적인 행보를 역전시키려는 특수 이익단체의 전술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 관련 단체들 모두가 화석연료 관련 대기업들의 반발을 규탄하는 분위기다.

석유 산업 대표자들이 국민투표를 제출한 다음 날, 뉴섬은 뉴욕시에서 열린 기후 변화와 다른 글로벌 위기에 대한 조치를 모색하는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linton Global Initiative)’ 무대에 올랐다. 뉴섬은 인터뷰에서 청정 에너지 미래를 계획하는 캘리포니아의 모든 작업에 대해 석유업계가 주 의회 의원들을 계속 장악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법안 서명식이 열린 곳은 태양 전지판 아래 전기차 충전소 옆의 연방 사무실 건물 외부였다고 한다. 캘리포니아가 화석연료 의존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그러면서 뉴섬은 반대편 해안에는 필립스66 샌프란시스코 정유소를 포함한 각종 화석연료 플랜트를 지적하며 지금이야말로 에너지를 전환하고 탄소 중립을 이룰 때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필립스66은 이번에 국민투표를 제기한 닐슨 머크새머의 고객이기도 하다. 그 정유소는 2년 전 샌파블로베이에 500만 갤런 이상의 유독성 폐수를 버려 28만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닐슨 머크새머는 선거법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한다. 회사는 우버, 도어대시 및 앱 기반 회사가 배송 근로자를 기본 노동법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하는 등 400개 이상의 투표 법안에 대해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가장 최근에는 특정 향이 첨가된 담배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패스트푸드 직원에 대한 급여와 보호를 강화하는 새 법률을 뒤집기 위해 담배 및 레스토랑 산업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기하기도 했다.

석유 산업계는 과거의 관행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에만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응답하는 정치 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서 로비 및 캠페인 기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석유 업계와 해당 무역 그룹은 2020년부터 주 규제 기관 및 선출직 공무원 대상 로비로 363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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