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가 965조 원까지 치솟았지만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최대 30% 넘게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반도체 실적 전망과 주가 흐름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코스피가 4800선까지 추가로 밀릴 수 있다는 경고와 현재 주가가 중장기 매수 기회라는 진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월 18일 26만 1000원에서 이달 19일 21만 8000원으로 한 달 사이 16.5% 내렸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85만 7000원에서 127만 7000원으로 31.2% 급락했다. 미국 반도체 증시도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 12~16일 미국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SOXX는 11.8% 떨어졌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론도 각각 6.6%, 14.6% 하락했다.
가파른 주가 조정과 달리 내년 실적 눈높이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 14일 기준 2027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삼성전자 561조 원, SK하이닉스 404조 원으로 합산 965조 원에 달했다. 지난 2일 집계치인 946조 원에서 약 2% 상향된 규모다. 증권사들이 반도체 호황 기대감을 키우는 사이, 주식시장은 미래 이익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를 먼저 의심하기 시작한 셈이다.
AI 투자 확대하는 빅테크…현금흐름 압박 본격화
반도체 주가를 끌어내린 핵심 원인은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비 부담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가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투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회수할 수 있는지가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각 기업의 실적발표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종합해 최근 1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아마존은 영업현금흐름이 약 1614억 달러였으나 유형자산 취득에 1730억 달러를 지출했다. 비AI 사업 투자를 포함한 재무제표상 현금 설비투자 지출만으로도 영업현금흐름을 약 116억 달러 초과한 것이다. 오라클 역시 영업현금흐름은 320억 달러에 그친 반면 설비투자에는 557억 달러를 쏟아부어 투자 지출이 영업현금흐름을 237억 달러 웃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는 상대적으로 현금 여력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업현금흐름 1829억 달러 중 1159억 달러를 유형자산 취득에 썼고, 알파벳은 1857억 달러 가운데 1324억 달러를 투입했다. 메타도 1303억 달러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해 893억 달러의 설비투자비를 자체 충당했다.
다만 투자 부담은 최근 분기로 갈수록 가중되는 흐름이다. 지난 4~6월 분기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 4개사의 합산 영업현금흐름은 약 1718억 달러였는데,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 투입한 현금은 영업현금흐름의 96%에 달하는 1651억 달러로 집계됐다.
설비투자 확대가 현금창출 여력을 압박하면서 AI 인프라 기업들의 신용위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AI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 코어위브가 발행한 2031년 만기 회사채의 시장수익률은 지난 14일 약 15.7%까지 치솟았다. 발행 당시 9.75%였던 표면금리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유통수익률이 급등한 것은 시장이 코어위브의 신용위험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 인프라 기업들의 산업 재편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가트너는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등을 대규모로 사들여 연산능력을 임대하는 전문 클라우드(네오클라우드) 사업자의 80% 이상이 2030년까지 인수·합병 등으로 흡수되거나 독자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 등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는 기존 주력 사업에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지만, 네오클라우드 업체는 투자금 회수를 AI 인프라 임대 수익에 크게 의존한다. 코어위브처럼 외부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 회수 지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역시 정부의 재정적자와 민간의 AI·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요구하면서 자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의 평가 기준이 단순한 수요 유무에서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 자금 조달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채 조달 의존도가 높은 인프라 기업은 회사채 수익률과 신용부도스왑(CDS) 등 신용지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사용량 늘어도 돈은 못 벌까…서비스 가격 급락의 역설
AI 서비스의 수익성도 투자 지속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AI 이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서비스 가격 경쟁과 모델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iM증권이 인용한 AI 연구기관 에포크AI의 분석을 보면, 동일한 수준의 AI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2023년 이후 분기마다 약 47%씩 떨어졌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13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지는 속도다. 기술 구현 비용 하락폭이 실제 상용 서비스 판매가격 하락률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업체 간 경쟁과 맞물려 서비스 단가를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비스 단가 하락은 AI 대중화를 앞당기지만 사업자의 외형 성장은 제약할 수 있다. 이용량이 늘더라도 판매가격이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 전체 매출 증가 폭이 둔화하기 때문이다. AI 모델 개발사들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투입한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는 데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가트너는 투자비 회수 문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AI 인프라 사업자들은 올해 약 1조 달러에 이어 2027~2030년 6조 달러를 추가 투입해 2030년까지 누적 7조 달러를 투자할 전망이다. 가트너는 AI 데이터센터 보유 기업들이 2030년까지 투자비와 금융비용을 충당하고 투자자본수익률(ROIC) 12%를 달성하려면 누적 8조 50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반면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에 귀속될 기업·소비자향 매출은 최대 3조 6000억 달러에 그치고, 인프라 소유 기업이 실제 확보하는 몫은 전체 AI 관련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와 수익 창출의 불균형이 이어지면 자산 가치 하락 위험도 커진다. 가트너는 현재의 설비투자 확대 속도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3조 5000억 달러, 2032년까지는 4조 달러 이상의 AI 인프라 투자자산이 가치 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반도체의 짧은 경제적 수명도 투자 회수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차세대 AI 반도체가 출시되면 기존 데이터센터 설비의 연산 경쟁력과 경제적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AI 특화 인프라 서비스 시장이 2027년 660억 달러에서 2030년 1740억 달러로 커지더라도, 상당수 연산 서비스 사업자가 차세대 반도체 교체 주기 전에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존 러브록 가트너 수석 전망 담당자도 지난 19일 CNBC 인터뷰에서 현재 AI 연산능력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으며, 상당한 연산 자원이 무료나 부분 유료 서비스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료 수요와 실제 매출이 막대한 인프라 투자 규모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AI 기업들의 실제 매출 성장세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픈AI의 지난 9월 기준 연환산 매출은 약 500억 달러로 알려져 기존에 거론되던 700억 달러를 밑돌았다. IBK투자증권은 파트너사를 경유한 매출을 총액 대신 순액으로 집계하면서 발생한 차이로 분석했지만 수익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앤트로픽은 올해 3분기 매출이 168억 달러로 전 분기(116억 달러) 대비 약 45% 늘었으나, 직전 2분기 성장률(146%)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 높은 기업가치를 입증할 만큼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AI 서비스 단가 하락과 높은 인프라 비용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에 주목했다. 이용량 증가가 가격 하락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해 모델 개발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인프라 공급업체의 가격 결정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준영 연구원은 최근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실질금리가 내려가는 현상 역시 AI 성장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자금이 AI 주도주에서 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라고 해석했다.
반도체 주문은 여전히 증가…2028년에도 높은 이익 유지할까
금융시장의 우려와 달리 일선 반도체 수요와 설비투자 지표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향후 실적 둔화 가능성을 과도하게 앞당겨 반영하고 있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9곳의 합산 설비투자는 올해 9570억 달러에서 2027년 1조 5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기존 50%에서 60%로 상향 조정됐다. AI 서버 출하량 증가율은 올해 32.2%에서 내년 약 36%로 높아지고, 부품 가격 인상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선급금 지급 효과 등이 맞물리며 AI 서버 매출 역시 올해 4790억 달러에서 내년 약 92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7~2028년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급이 올해보다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ASML은 현재 계획된 생산능력만으로는 2027~2028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TSMC도 중장기 설비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이익 구조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객사 제품 개발 일정과 장기공급계약에 따라 물량과 가격이 미리 결정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과거 범용 D램 중심의 업황에서 반복됐던 급격한 가격 폭락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비중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업계의 하락기 이익 저점이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세대 HBM4E에 고객 맞춤형 반도체 설계가 본격 도입되면 판가와 수익성을 추가로 끌어올릴 여지도 크다. DS투자증권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 3년간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이 누적 32%, 39%씩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출하량 증가와 제품 믹스 및 원가 개선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7년 이익의 약 80~9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수림 연구원은 2028년 이후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이 과거 하락기처럼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를 현재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2027년 실적 전망이 탄탄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밸류에이션과 수급이 동시에 눌린 지금이 중기 투자자에게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4800선까지 밀릴까…저점매수 판단 엇갈리는 증권가
향후 지수 흐름과 매수 시점을 두고는 증권사마다 판단이 엇갈린다. 내년까지의 실물 수요와 실적 전망이 견조하다는 데는 의견이 모이지만, AI 투자의 지속성과 단기 추가 하락 위험을 평가하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iM증권은 코스피의 단기 핵심 지지 구간으로 5100~5340선을 제시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해당하는 5100선과 올해 상승분의 78.6% 되돌림 수준인 5338선, 지난 7월 장중 저점인 5263선이 겹치는 구간이다. 아울러 과거 코스피가 20일 이동평균선 대비 이격도 기준 -15% 아래로 떨어졌던 6차례의 급락 국면에서 이후 40거래일 동안 중간값 기준 13.8% 추가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해, 지난 15일 종가(5554)에 이를 대입할 경우 지수가 4788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보조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김준영 연구원은 단기 과매도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용잔고 감소와 반대매매 압력 완화, AI 기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이 큰 고베타 업종은 한 번에 매수하기보다 분할 매수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권고했다.
반면 DS투자증권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냈다. 현재 반도체 주가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2028년 이후의 업황 둔화 가능성까지 미리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AI 인프라 기업들의 신용 불안이 진정되고 미국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면, 2027년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보증권도 중장기 매수 기회에 무게를 실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AI 고객사의 자금조달 부담과 실제 반도체 수요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2027~2028년 수요와 이익 전망이 유지되고 수급상 매도 압력이 진정된다면, 현재의 주가 조정이 중장기 투자 매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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