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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의 귀환

②CPU 커질수록 기판 몸값도 뛴다…K반도체 수혜주 3사는

스스로 일하는 에이전틱 AI 확산에 두뇌 역할 맡는 CPU 수요 급증 반도체 연결하는 기판과 불량 잡아내는 소켓 등 고난도 부품 공급사 주목 삼성전기·티엘비·ISC, 기술 난도 상승 따른 부품 출하량·단가 동반 상승 전망

산업 |김나연 기자 | 입력 2026. 10. 19. 13:57
루빈 GPU와 베라 CPU | 사진=엔비디아
루빈 GPU와 베라 CPU | 사진=엔비디아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인공지능(AI)이 주어진 목표에 따라 작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가 확산하면서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이 새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AMD가 2030년 CPU 시장 규모를 2000억달러 이상으로 전망한 가운데, 고성능 반도체 기판과 검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와 티엘비, ISC 등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글로벌 서밋에서 2030년 CPU 시장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4~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5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챗봇 형태의 생성형 AI를 넘어 복잡한 명령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전환되면서 CPU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 질의응답' 넘어 '스스로 실행'…GPU 독주 속 CPU 재부각

시장에서 CPU의 귀환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에이전틱 AI의 고유한 작동 원리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생성형 AI가 사용자 질문에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부여받았을 때 계획을 수립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며 외부 프로그램을 직접 구동하는 등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동안 AI 서버는 방대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계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 가속기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를 제어하고 복잡한 명령 체계를 순서대로 조율하는 작업에서는 컴퓨터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CPU의 연산 성능이 필수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에이전틱 AI와 추론 서비스의 확산으로 서버 CPU 출하량이 올해와 내년 연속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데이터센터 내에서 CPU와 GPU 탑재 비중이 점차 균형을 이뤄갈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응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에이전틱 AI 전용 CPU인 베라를 공개했다. AMD와 인텔, Arm도 차세대 서버 CPU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타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자체 개발 CPU인 그라비톤을 수천만 코어 규모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와 보드 잇는 기판·불량 가려내는 소켓…부품 고도화가 이끄는 낙수효과

고성능 CPU 시장의 팽창은 국내 반도체 기판 및 검사 부품 생태계로 수혜가 이어지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에서 서버 CPU를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국내 기업은 드물지만, 고성능 CPU가 제 성능을 내도록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 영역에서는 국내 제조사들이 공급망의 중추를 맡고 있다.

CPU 성능이 향상될수록 내부 코어 수가 늘어나고 데이터 송수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를 메인보드와 연결해 전력을 공급하는 고성능 패키지기판의 제조 난도도 급상승한다. 고성능 서버 CPU에 사용되는 기판은 복잡한 회로와 많은 입출력 신호를 처리해야 한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서버용 FC-BGA의 경우 일반 PC용 제품보다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내부 회로도 20층 이상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기판의 대면적·고다층화가 진행되면서 제조 난도와 제품당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완성된 고사양 CPU가 고속 신호와 높은 발열 속에서도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테스트 소켓 역시 미세 가공과 내열 성능이 요구돼 부가가치가 함께 높아진다.

삼성전기, AMD 서버용 기판 공급…FC-BGA 영업이익률 32% 전망

삼성전기는 글로벌 서버 CPU 제조사와의 협력 관계를 명확히 구축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2024년 7월 AMD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에도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대상으로 서버 CPU용 고부가 기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FC-BGA는 미세한 볼 형태의 단자를 이용해 고성능 반도체를 메인보드에 결합하는 기판이다. 반도체의 두뇌와 메인보드 사이에서 전력을 전달하고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망 역할을 한다.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 대비 면적이 4배 이상 넓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많아 제조 난도가 높고 제품당 부가가치가 크다.

실적 성장세도 확인된다. 삼성전기의 올해 2분기 패키지솔루션사업부 매출은 7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16일 집계한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38.7% 증가한 6214억원이다. 매출 전망치는 3조7951억원으로 집계됐다.

키움증권은 고성능 서버 CPU와 AI 가속기용 기판 수요에 힘입어 FC-BGA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률이 3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기는 오는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시설투자도 본격화됐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29일 세종사업장(4조2700억원)과 베트남 생산시설(2조5100억원)에 총 6조7800억원을 투입해 FC-BGA 생산능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고객사의 투자 지원과 중장기 물량 보장을 기반으로 추진돼 공장 가동률 확보와 투자 부담 경감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티엘비, 엔비디아 베라 CPU용 SOCAMM2 공급망 참여…내년 매출 1500억원 전망

티엘비는 엔비디아의 에이전틱 AI 전용 CPU인 베라에 사용되는 메모리 모듈의 기판 공급망에 참여하며 수혜 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베라 CPU는 대규모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고용량·고대역폭 메모리 규격인 SOCAMM2를 채택했다.

SOCAMM2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던 저전력 D램을 얇은 기판 위에 고밀도로 실장한 특수 메모리 모듈이다. 기존 서버용 메모리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대폭 높이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인 점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4월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에 맞춘 192GB SOCAMM2 양산에 들어갔으며, 티엘비는 이 모듈의 뼈대가 되는 인쇄회로기판(PCB)을 국내외 메모리사에 납품하고 있다.

제한된 공급 구조 덕에 단가 상승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조은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SOCAMM2 기판을 양산할 수 있는 글로벌 제조사는 5곳 안팎이며, 티엘비의 점유율은 약 2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SOCAMM2 기판 단가는 일반 서버용 기판 대비 약 3배 높아 평균판매가격(ASP)과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 가이던스도 상향됐다. 고선영·임석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티엘비의 올해 SOCAMM 연간 매출 목표는 연초 200억원에서 700억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내년 관련 매출은 1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가 집계한 티엘비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989억원, 영업이익은 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5%, 90.8% 증가한 수준이다.

ISC, 서버 CPU 테스트 소켓 수주 확대…데이터센터 매출 66% 급증

ISC는 고성능 CPU 검사 공정에 사용되는 테스트 소켓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검사 과정에서 반도체와 검사 장비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부품이다. 검사 신호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돕고, 반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CPU 성능이 높아질수록 미세 신호를 손실 없이 전달하고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견디는 소켓의 단가가 높아진다.

ISC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난 729억원, 영업이익은 55% 증가한 21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550억원으로 66% 증가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ISC의 2분기 서버 CPU 관련 매출이 약 110억원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고사양 소켓 공급 비중이 늘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반 성장했다는 평가다. ISC는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올해 200만개 수준인 연간 테스트 소켓 생산능력을 2029년 최대 500만개까지 단계적으로 증설할 방침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고성능 반도체 부품의 출하량 증가와 제품 단가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CPU 고성능화로 기판의 대면적화와 고다층화가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검사 난도 상승으로 고사양 소켓 채택이 늘어나면서 국내 핵심 부품 제조사들의 중장기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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