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NICE신용평가가 상법 개정 이후 그룹의 비핵심 계열사 지원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계열 지원을 근거로 등급을 올려준 기업은 290곳 중 80곳이고 폭도 모두 1노치여서 평가 방법론을 당장 바꿀 요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달 쪽에서는 유상증자 자리를 주가수익스와프(PRS)와 신종자본증권이 대신하는 흐름을 재무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나신평은 12일 낸 리포트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의사결정 변화와 신용평가상 주요 점검사항'에서 주주환원, 자본거래, 계열 지원 세 갈래로 점검 항목을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상법 개정이 장기적으로 신용위험에 긍정적이라는 총론을 낸 지 1년 2개월여 만의 후속편이다. 그사이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3월 6일)와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지난달 10일)가 차례로 시행됐다.
노치업 80곳 중 79곳이 신용의존성 '보통'·’높음'
지난달 15일 기준 선순위 무보증사채 등급을 공시한 기업 가운데 지주회사·공기업 등을 뺀 290곳 중 계열관계요인으로 등급이 올라간 곳은 80곳(27.6%)이다. 2노치 이상 올린 사례는 없다. 계열과의 지배·사업·재무적 긴밀성을 뜻하는 신용의존성 구간별로는 '보통' 93곳 중 63곳, '높음' 46곳 중 16곳, '매우 높음' 145곳 중 1곳이 상향됐다. '낮음' 6곳은 반영이 없다.
'매우 높음'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여서 자체신용도와 계열 통합 신용도의 차이가 작아 올릴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나신평 설명이다. 계열 지원이 등급에 실제로 얹혀 있는 곳은 노치업 80곳 중 79곳이 속한 '보통'과 '높음' 구간이다. 나신평은 "개정 상법이 새 평가요소를 만들기보다 기존 신용의존성 판단의 중요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계열사는 지원의 경제적 합리성을 설명하기 쉽지만 전략적 중요도와 연계성이 낮은 계열사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사례로는 아이파크영창을 들었다. HDC가 지분 94.3%를 가진 악기 제조사로 4월 16일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5월 18일 개시 결정을 받았다. 나신평 집계로 2025년 총차입금 123억원 가운데 120억원이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90억원)과 HDC랩스(30억원)에서 빌린 돈이다. 리스부채 3억원을 빼면 전액 계열 차입이다. 현대산업개발 대여금은 2021년 40억원에서 4년 만에 2.25배가 됐다. 금융기관 차입 없이 계열 대여금으로 버티다 지원이 끊긴 구조다.
자사주 5개월 새 43조 소각…현금화 수단이 줄어든다
상장법인 자기주식 소각액은 2024년 13조9000억원, 2025년 21조4000억원에서 올해 1~5월 43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다섯 달 만에 지난해 연간의 2배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취득액은 약 20조원으로 소각이 취득의 2.2배다. 쌓아둔 자사주가 소각 물량에 대거 들어갔다는 뜻이다. 개정 상법은 기존 보유분도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기한은 내년 9월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2025년 결산 현금배당은 35조원을 넘어 전년보다 약 15% 늘었고 배당 집행 기업의 배당성향은 약 40%로 올랐다.
채권자 쪽에서 문제 되는 것은 금액보다 유연성이다. 자사주는 매각하거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재무적 대응 수단이었는데 개정 상법이 이 길을 좁혔다. 배당성향이나 환원율을 중기 목표로 공표한 기업은 실적이 꺾여도 환원을 줄이기 어렵다. 나신평은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발전에너지처럼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업종은 영업현금흐름이 늘어도 투자 재원을 남겨둬야 한다고 봤다.
회사채 시장과 맞닿는 대목은 자본거래다. 나신평은 절차 부담과 소액주주의 거부감이 커지면서 유상증자 대신 신종자본증권이나 PRS처럼 지분을 희석하지 않는 수단으로 선호가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신평은 "이들 수단이 이자·배당 부담과 만기 상환·정산 시점의 현금 유출을 안고 있어 유상증자를 과도하게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시장에서도 유상증자에 대해 보다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수용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제도 일정은 내년에 몰려 있다. 집중투표제는 시행 후 처음 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부터 적용돼 12월 결산 법인은 내년 3월 정기주총이 첫 무대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규모 상장사 264곳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곳은 21곳(8.0%)이었다. 나신평은 판례와 당국 해석, 기업의 실제 재무정책 변화를 지켜본 뒤 개별 기업의 신용위험에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면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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