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글로벌 채권 시장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국채 금리가 수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중앙은행이 직접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금융 여건이 긴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8개국 통화 스왑 시장에 반영된 기준금리 인상 폭 전망치는 지난 9월 중순 이후 20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현재 트레이더들이 반영 중인 8개국의 합산 금리 인상 폭은 539bp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 9월의 717bp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국가별로는 호주의 금리 인상 기대 후퇴 폭이 가장 컸으며, 프랑스 재정 불안이 불거진 유로존과 한국,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최근 글로벌 국채 금리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재정 지출 확대 우려와 함께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 세계 국채 평균 금리는 4%를 넘어서며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70bp 이상 급등했고 일본 국채 금리는 31bp 올랐다. 독일과 프랑스 국채 금리도 각각 61bp, 121bp 상승했다.
이 같은 시장 금리 급등은 주택담보대출과 투기등급(정크본드) 회사채 금리로 번지며 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억제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유도하려던 경기 제약 효과를 시장이 대신 내주는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 상승이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켄 오차드 티로프라이스 해외채권부문 총괄은 시장이 긴축을 더 많이 가격에 반영할수록 금융 여건이 긴축된다며,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최종적으로 단행해야 하거나 단행할 수 있는 긴축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스 전략가들도 시장 자체적으로 긴축이 진행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급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티안 뇔팅 도이체방크 프라이빗뱅킹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어 전면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 매력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쉬안 탕 JP모건 프라이빗뱅크 아시아 금리·외환전략 총괄은 고품질 채권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위험 대비 수익률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 하방 위험을 고려할 때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 위험을 과도하게 반영했다고 짚었다.
다만 중동 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 부담 또한 장기물 금리의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1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개막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연례총회에서 각국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국가 부채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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