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수익성 악화에 빠진 코오롱글로벌이 침체된 실적 반등을 위해 그룹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김 대표는 현장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의 실무형 리더로, 그룹 내부에서는 위기 국면에서 안정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해결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감정의 기복없이 직원들을 다스려 "소리 없이 강한" 경영자라는 평도 있다.
1965년생인 김 신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90년 코오롱에 입사해 35년간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정통 코오롱맨’이다.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에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당시 이웅열 회장을 보좌하며 중장기 전략 수립에 참여, 그룹의 위기 극복 과정에 핵심 역할을 했다.
2009년 상무로 승진한 뒤 코오롱아이넷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으며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2011년에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의 코오롱아이넷 흡수합병 작업을 주도,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 정상화에 기여했다.
이후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 사업관리실장(2013), 코오롱플라스틱(현 코오롱ENP) 대표(2018), 코오롱글로텍 대표(2020),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대표(2023)를 거쳐 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를 두루 경험한 ‘정책·관리형 CEO’로 자리 잡았다.
적자로 돌아선 코오롱글로벌…‘수익성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

코오롱글로벌의 경영진 교체 배경에는 급격히 악화된 수익성이 자리한다. 전임 김정일 대표 취임 첫해인 2022년 1667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24년 –56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폭 적자로 돌아섰다. 안정적 캐시카우였던 수입차 유통사업을 2023년 인적분할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분리한 데다, 건설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뚜렷한 수익원이 사라진 것이 결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 이후 코오롱글로벌은 사실상 건설 단일 사업구조가 됐고, 현 시장 환경에서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코오롱 지주사 경영관리실장을 맡았던 이수진 전무가 CFO로 합류한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이 전무는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수업을 보좌하며 그룹 내 핵심 TF를 지휘해온 인물로, 전략기획·재무·인사 전반의 조율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이 전무는 코오롱글로벌에서는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조직 전반의 경영지원 체계를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차원에서도 코오롱글로벌의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우선 연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강원도 춘천의 라비에벨CC을 내년부터는 코오롱글로벌에 직접 운영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운영을 대행해 왔던 그린나래는 천안 우정힐스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그룹 내 자산관리·레저사업을 담당하는 코오롱LSI(호텔·휴게소·F&B 운영)와 경주 마우나오션 골프장·콘도·호텔을 운영하는 엠오디(MOD)의 연내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도 구체화됐다. 이를 통해 코오롱글로벌은 건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레저·골프 사업까지 아우르는 다각화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김 대표와 이 전무 모두 건설업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경영관리·전략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제조업과 완전히 다른 산업 특성이 있고, 현장 리스크 관리능력이 실적을 좌우한다."며 "재무와 전략에는 강점이 있지만 비(非)건설 전문가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