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JMA "캘리포니아 공공 계약 따내려 불법 노동 은폐"
24년 5월 美 노동부 피소 이어...이번엔 '수감자 노동' 정조준
컬럼비아大 "수감자 '동일 임금' 규정 악용해 임금 깎아"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미국 정부로부터 아동·수감자·강제 노동 의혹으로 피소됐던 현대차그룹이 또다시 소송에 휩싸였다.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공공 기관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아동 및 수감자 노동 관행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허위 인증' 의혹이 핵심이다. 지난 2024년 5월 관련 혐의로 미국 노동부에 피소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미국 비영리 단체 '잡스 투 무브 아메리카(JMA)'는 11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에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불법 노동 관행 은폐 및 불공정 경쟁법 위반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피고 명단에는 현대차 미국법인(HMA)와 기아 미국법인(Kia)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미국법인(Glovis), 현대자동차(HMC), 기아(KC) 등이 올랐다.
JMA는 소장을 제출하며 법원에 독립적인 감사, 모니터링, 규정 준수 검증을 요구하는 영구 금지 명령을 요청했다. JMA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의 여러 도시와 카운티 등 공공 기관은 현대·기아차의 주요 구매처다. 현지에서는 이번 소송의 향방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공공 계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소장에서 JMA는 현대차그룹이 노동 기준과 관련해 캘리포니아 공공 기관에 '허위 인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는 공공 자금으로 아동·수감자·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선진 노동 기준(high-road labor standards)을 두고 있다. JMA는 현대차그룹이 캘리포니아 공공 기관에 차량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이 선진 노동 기준을 모두 준수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JMA는 현대차그룹의 노동 기준 위반에 대한 핵심 근거로 수감자 노동을 지목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앨러배마 교도소의 '작업 석방 프로그램'을 악용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고의로 낮췄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수감자들이 교도소 밖에 위치한 민간 공장에서 근무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앨러배마 교도소는 수용률이 182%로 매우 높은데다 폭력 사건 발생 빈도도 높다.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JMA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컬럼비아대학교 노동 연구소(Columbia Labor Lab)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현대차 공급망 내 수감자 노동의 영향' 보고서다. 보고서는 이 구조로 인해 수감자들이 작업을 그만둘 경우 폭력적인 교도소로 복귀해야 하는 등 징계를 우려해, 낮은 임금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것은 수감자에게도 비수감자와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앨러배마의 임금 평등법이었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이 이 법을 이용해 낮은 임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수감자를 기준으로 모든 노동자의 임금을 하향 평준화했다고 밝혔다. 실제 앨러배마를 비롯한 현대차 미국 공급망 노동자의 임금은 타사 대비 10~15%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수감자 노동자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비수감자 임금은 10~14% 하락하는 연관성도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이 노동 착취 문제로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JMA 소송은 2022년 로이터 통신의 탐사 보도로 촉발된 아동 노동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22년 7월 앨러배마 현대차 공급망, 특히 부품 협력사 '스마트 앨러배마(SMART Alabama LLC)'에서 13세 아동을 포함한 불법 아동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는 이 보도를 토대로 조사에 착수해 13세 아동이 부품 공장 라인에서 주 50~60시간 근무한 사실을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 노동부는 지난 2024년 5월 현대자동차 앨러배마 공장(HMMA)과 협력사 스마트 앨러배마, 인력중개사 베스트 프랙티스 서비스 등 3곳을 연방 법원에 고소했다. 해당 소송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협력사가 저지른 문제를 원청에 전가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불공정한 소송”이라고 반박했으나, 시마 난다 미국 노동부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원청이 공급업체만 탓하며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