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통상 12월 초 단행됐던 SK그룹의 정기 인사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조기 인사설'이 나오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CEO 세미나 개최 시점을 11월 초 열리는 '인공지능(AI) 서밋' 이후로 조정했다.
CEO 세미나는 그간 10월 중하순쯤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늦은 추석에 더해 국정감사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몰린 탓에 그룹 행사인 AI 서밋 직후인 11월 초순 혹은 중순쯤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CEO 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행사 중 하나로 평가된다. 매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등 오너가는 물론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이 총출동해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사업 화두를 논의한다. 지난해엔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사흘간 AI를 주제로 열렸다.
'조기 인사설'은 새삼스러운 풍문은 아니다. 매년 CEO 세미나가 열린 뒤 12월 초 사장단 및 임원 인사(정기 인사)가 단행됐는데, SK그룹 수뇌부 내에서도 "새 사장단이 CEO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내년 사업을 정하는 CEO 세미나가 끝난 후 계열사 경영진이 교체되면 숙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룹 이인자인 최창원 의장도 '조기 인사설'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최 의장은 지난 24일 울산 포럼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인사 기조에 대해 "현재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것인지, 차세대 경영자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두 가지 관점"이라며 "인사 시기는 조금 유동적이다. 빨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조기 인사설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지만 재계는 '열린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는 이사회의 전권이지만 SK그룹 내에서도 내년에 (사업을) 맡을 사람(CEO)들이 (CEO 세미나에) 가는 것이 절차적으로 맞는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조기 인사가 단행되면 10월 중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인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부회장 승진' 여부로 꼽힌다. SK그룹은 2021년 12월(장동현·김준) 이후 3년간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없었다. 조대식·박정호·김준 등 그룹을 이끌어오던 부회장단은 2023년 1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장동현 부회장만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가장 유력한 부회장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발판으로 SK하이닉스를 세계 1위 메모리 회사 반열에 올린 데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올리고 있는 만큼 사업 성과 측면에선 비견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곽 사장은 지난해에도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부회장 후보군에 올랐었다.
유영상 SKT 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4월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규모 해킹 사태의 책임을 지고 국정감사 이후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후임에는 SKT에서 경력을 쌓은 윤풍영 SK㈜ C&C 사장과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지난해에는 상반기에 계열사 경영진을 상당수 교체했기 때문에 12월 인사에선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SK이노베이션(5월) 외에 눈에 띄는 경영진 교체는 없었기 때문에 예년보다 (교체 폭이) 다소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