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고 있다.  2025.8.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고 있다. 2025.8.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한 세부 협의 진행을 위해 방미길에 올랐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장관과 면담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일정을 마무리하고 14일 오전 귀국했다.

지난 관세 협상 타결 당시 합의한 대(對)미 투자협력 펀드 구성이나 운용 방식, 이익 배분 등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에 따르면 김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12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3500억달러(486조 원) 규모 대미 투자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30일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도 여전히 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 관세가 적용 중인 상황에서 후속 조치 이행을 가속하기 위해 이번 일정을 추진했다.

당시 한미 양측은 미국이 부과하는 국가별 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국가별 관세는 15%로 낮아졌지만,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에 대한 관세는 계속 25%가 유지 중이다. 대미 투자 구조와 운용 방식, 이익 배분 등과 관련한 양국의 이견이 커 합의안 명문화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지난 4일 대미 투자와 관련해 양해각서(MOU) 수준의 합의를 끌어내면서 오는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5%로 낮아질 예정이다.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유사하게 대미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합의한 일본은 투자대상 선정도 미국이 결정하는 방식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 배분과 관련해서도 투자금 회수 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50대 50으로 배분하고, 투자금 회수가 완료되면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배분받는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은 직접 투자는 전체 3500억 달러의 5% 수준으로 하되, 나머지의 대부분은 투자 프로젝트를 간접 지원하는 보증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또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기금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전용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과 동일한 방식의 대미 투자협력 펀드 운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익금 배분 역시 한국은 이익금의 90%를 '미국 내 재투자'로 해석하고 있지만, 미국은 '미국의 보유'로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첨예한 입장 차이는 양국 고위인사의 공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한국은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 봤을 것이고, 유연성은 더는 없다"며 "일본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국은 합의를 받아들이든, 관세를 내든 둘 중 하나다. 흑백은 분명하다"라고 다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며 "분명한 건 저는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지렛대로 협상력을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지만, 양국간 입장차가 팽팽해 후속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9일 "양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스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며 "저희가 어느 정도 내세울 것도 있고 하니 종합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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