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배터리 공장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생산기지 건설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고, 투자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8일 뉴스1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성장하는 미국을 정조준하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자,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앞다퉈 현지 생산 기지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단속이 된 HL-GA 배터리컴퍼니는 북미 투자의 상징적인 곳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43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입했으며, 조지아주가 발표한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추가 투자까지 포함하면 총투자 규모는 9조 원에 육박한다.

SK온도 현대차그룹과 50억 달러(7조원)를 투입해 조지아에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아울러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세우고 총 114억 달러(16조 원)를 투자해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3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위치한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을 가동 중이며, 2공장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건설을 앞두고 있다. GM과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35억 달러(5조 원)이다.

대대적 단속에 업계 '당황'…생산기지 신설 지연 우려

그러나 북미 진출의 성과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이 터지면서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 투자 위축과 공장 운용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HI-GA 배터리컴퍼니의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장 가동 시점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례 없는 대규모 단속은 업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미 당국은 이번 단속에 헬기까지 동원해 3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체포했다. 이는 2020년 SK온 조지아 공장 건설 당시 13명이 단속됐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업계는 단속 과정에서 구속 장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도 큰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인 직원을 쇠사슬로 묶고 있다. 
한국인 직원을 쇠사슬로 묶고 있다. 

비자 문제도 걸림돌이다. 지금까지는 긴급 투입이 필요한 단기 출장에 ESTA를 활용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이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앞으로는 B1 비자 발급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1은 한 달 이상 걸린다. 산업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시간이 금인데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 현장 특성상 협력사 직원 다수가 기술자로 투입되는 것도 문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안 문제 때문에 믿을 수 있는 한국 협력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길이 막히면 공사 자체가 차질을 빚는다"고 지적했다.

정부 "석방 교섭 마무리" 급한 불껐지만…비자 리스크 여전

업계는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 "구금된 국민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행정절차가 남아 있고,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밝혔다. '구금'이라는 당장의 불은 끈 것이다.

하지만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향후 대규모 투자와 함께 미국 현지 근로가 필수적인 만큼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무역협회와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 전문가 비자 쿼터를 연간 1만5000개 신설하는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싱가포르, 칠레는 쿼터를 확보했지만 한국은 아직 전용 취업비자가 없다.

한 관계자는 "기업만 리스크를 지고 가는 구조라면 한미 경제협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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