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키움투자자산운용 1500억 원, 나머지 세 곳 90억 원대
KB·한화·삼성, 테마 베꼈지만 투자자 외면에 ‘개점휴업’ 수준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내놓은 ‘미국 양자컴퓨팅 ETF’가 순자산 100억 원 미만을 나타내며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발주자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성공에 뒤따라 같은 테마의 ETF를 내놨지만, 실질적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2일 기준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양자컴퓨팅의 순자산은 1490억 원을 기록했다. 그 뒤를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993억 원)이 이었다. 이 둘의 순자산이 유의미한 수준에 다다랐다면, 다른 3개의 ETF는 그렇지 못했다. RISE 미국양자컴퓨팅(KB자산운용),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한화자산운용),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순자산은 각각 95억 6800만 원, 90억 3700만 원, 95억 5500만 원으로, 100억 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뛰어넘는 잠재력을 가진 차세대 기술로 해외에서는 이미 ETF 테마로 주목받아왔다.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양자컴퓨팅 ETF인 Defiance Quantum ETF(QTUM)는 국내 ETF에 휠씬 앞선 2018년 9월에 상장됐다.
국내에서는 2024년 12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KOSEF 미국양자컴퓨팅’을 내놓으며 관련 ETF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 테마는 상장 당일 개장 5분 만에 초기 물량을 모두 소진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7거래일 만에 순자산 500억 원을 돌파했고, 12거래일째에는 1000억 원을 넘겼다. 또 개인 투자자가 718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특정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 중 가장 많은 개인 자금을 끌어 모은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후 국내 운용사들은 키움자산운용을 따라 일제히 양자컴퓨팅 ETF를 내놓았다. 지난 3월 11일 신한자산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동시에 ‘미국 양자컴퓨팅 ETF’ 테마를 상장한 것이다. 하지만 상장 첫날부터 뉴욕 증시 불안으로 관련주가 약세를 보여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당시 네 운용사는 선발 주자인 키움자산운용의 테마를 베꼈다는 업계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100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순자산 규모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국 양자컴퓨팅 ETF’들은 공통적으로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과 빅테크를 함께 편입한 구조다.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아이온큐(IonQ), 디웨이브 퀀텀(D-Wave Quantum) 등과 함께 엔비디아(NVIDIA), 알파벳 A(Alphabet 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같은 대형 기술주가 포함된다. 다만 종목별 비중에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은 리게티 컴퓨팅(18.2%), 알파벳 A(16.5%) 등 소수 종목 비중이 높은 반면,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은 엔비디아(11.6%), 인텔(11.2%), 알파벳 C(10.7%) 등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산돼 있다.
총보수는 RISE 미국양자컴퓨팅이 0.40%로 가장 낮고,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 0.45%,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0.49%,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 0.50% 순이었다. 하지만 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 등이 더해진 실질 투자자 부담 비용은 RISE 미국양자컴퓨팅이 0.6169%로 가장 낮았고,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0.6428%),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0.7705%), KIWOOM 미국양자컴퓨팅(0.8611%),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0.9977%) 순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다섯 상품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이 11.50%로 가장 높았고,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10.84%),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10.44%), ‘RISE 미국양자컴퓨팅’(10.24%), ‘KIWOOM 미국양자컴퓨팅’(10.20%)이 그 뒤를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