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bhc·홈플러스 등 누적되는 평판 리스크
GP 책임경영 입증 위한 전략적 ‘지분 전량 소각’
무상소각으로 인한 실질적인 손실도 제한적일 듯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동북아시아(Northeast Asia)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한국 투자에 있어서의 평판 관리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오랜 기간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이면에는 여러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터지는 여러 부정적인 이슈도 존재한다. 특히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돌입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논란 없는 퇴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6월 13일 홈플러스 보통주를 전량 무상소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모펀드는 대가없이 새로운 인수자를 찾도록 지원하겠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MBK파트너스는 “주주의 큰 희생을 감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의 무상소각의 배경에는 ‘희생’보다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 사모투자펀드(PEF) 업계의 시각이다. 바로 컴플라이언스 이슈다. 컴플라이언스 이슈란 PEF가 투자 전 과정에서 금융범죄방지, 내부정보 유출 방지, 이해충돌 회피 등 법·규제·계약상 의무를 준수하지 못해 투자자 신뢰와 평판이 훼손될 위험을 말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과 윤리적 의사결정, 이해관계자 보호를 포함한 책임경영도 포괄한다.
쌓이는 부정적인 평판
업계에서는 이번 무상소각이 단순한 주주 희생이 아닌, 사회적 책임 회피로 인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차단 목적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MBK파트너스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MBK파트너스와 기존 최대주주 영풍 간의 공개매수·적대적 M&A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차입매수 방식과 여론·기관투자자 반발, 자금 조달·차환 이슈가 얽히며 현재까지 장기화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는 지난 4월 고려아연의 2조 5000억 원 유상증자 과정에서의 부정거래 혐의를 수사하던 중 MBK파트너스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비공개 신사업 자료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거나 부정거래를 했는지 조사했다.
bhc 갑질 논란도 있었다. bhc는 MBK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3월 BHC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가맹 계약을 일방 해지하거나 물품 공급을 중단한 혐의로 과징금 3억5천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전가하고, 계약서상에는 없는 12시간 영업을 강요하는 ‘상생 협약서’를 체결하도록 한 점이 지적되었다. bhc 사례는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경영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신청은 MBK파트너스의 책임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증폭시켰다. 특히 홈플러스의 임직원과 거래처들의 생계가 위기에 처하면서 정치·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경영 결여에 더 민감한 공적연기금 LP
글로벌 사모펀드는 ‘수익 극대화’를 향해서만 달려갈 수 없다. 이들은 펀드의 출자자, 즉 LP(Limited Partner)가 요구하는 법적, 사회적 책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 특히, 글로벌 LP 가운데에는 공적연기금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국민연금공단(NPS), 캐나다연금투자(CPPI), 온타리오교사연금(OTPP),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블라인드 펀드의 핵심 출자자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으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공적연기금에게는 단순한 투자 수익 창출을 넘어 공공의 이익 실현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 요구된다. 때문에 펀드 운용사, 즉 GP(General Partner)의 투명성·책임경영 결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MBK파트너스의 무상소각은 LP의 엄격한 컴플라이언스에 부응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사모펀드 업계는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대해 ‘지분 전량 무상소각’을 결정함으로써, GP가 유동성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절차를 자발적으로 시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LP가 요구하는 ‘사후관리(post-investment monitoring)’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주식에 대한 소유권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잠재적 법적 분쟁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식 무상소각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은 제한적
MBK파트너스는 지난 6월 13일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한다”며 “인가 전 M&A가 이뤄지면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2조 50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소각된다”고 밝혔다. 또 “MBK는 경영권을 비롯 모든 권리를 내려 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입장문에는 MBK파트너스가 희생을 감수한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코멘트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통주 규모가 2조 5000억 원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할 뿐더러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상 경영권에 대한 권리는 이미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인가 전 M&A는 기존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신주를 발행해 새 인수 주체가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한 대규모 무상소각 혹은 무상감자는 인가 전 M&A 절차의 일반적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2024년과 2025년 MBK파트너스는 지속적으로 홈플러스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M&A 시장에서 보는 홈플러스의 가치를 파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 가격이 홈플러스의 채권 총액(회생담보권, 회생채권 등)인 2조 7000억 원보다 낮다면, MBK파트너스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또 인가 전 M&A가 무산될 경우에도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는 요원해 진다.
홈플러스의 현재 주식 가치를 추정할 만한 보도도 있었다. MBK파트너스의 주요 LP이자 홈플러스 공동 투자자 중 하나인 CPPI는 홈플러스 투자금을 이미 완전 손실처리(write-off)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14일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홈플러스 지분 21.5% 확보를 위해 5억 34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했던 CPPI가 해당 투자를 전액 상각(완전 손실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지금의 홈플러스 주식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