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성장 중심의 선별적 M&A 전략
홈플러스와 홀푸드마켓, 전혀 다른 유통 콘셉트
쿠팡의 투자 우선순위는 국내 아닌 해외시장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홈플러스 새 주인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쿠팡이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커머스의 절대 강자 쿠팡이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단번에 끌어올리기에 홈플러스가 매력적인 타깃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쿠팡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에 충분한 재무적 역량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M&A 업계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쿠팡이 실제로 홈플러스를 인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정체된 시장, ROI 낮은 투자

쿠팡의 PER(TTM, Trailing Twelve Months)은 8월 6일 기준 140이다. 주가가 최근 12개월 동안의 실제 순이익(EPS)보다 무려 140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쿠팡의 성장세 덕분에 정당화될 수 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쿠팡은 자신들의 자본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과 기술에 투자해야만 한다.

쿠팡의 M&A 히스토리를 보면, 이와 같은 성장 기업으로서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쿠팡은 2014년 1,470만 달러를 들여 캄씨(CalmSea)를 인수했다. 당시 월트 디즈니, 레노버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둔 캄씨는 대규모 DB 시스템 구축과 유통 최적화, 이커머스 및 CRM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쿠팡은 이 M&A를 통해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및 예측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쿠팡은 동남아시아 OTT 기업인 HOOQ의 소프트웨어 및 일부 자산을 인수했다. HOOQ은 2020년 3월 심각한 경영난과 대규모 적자, 글로벌 OTT 경쟁 격화 탓에 파산을 신청했다. 그리고 4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쿠팡은 망한 OTT 기업의 기술과 자산을 인수한 뒤 ‘쿠팡플레이’로 탈바꿈시켰다. 아마존이 자신들의 멤버십 회원들에게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제공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가장 최근의 M&A는 파페치(Farfetch Holdings)다. 쿠팡은 지난 1월 31일 파페치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파페치는 명품 커머스 플랫폼이다. 파페치의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 명품 패션 부티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중개 플랫폼)에 핵심이 있다. 쿠팡의 명품 버전인 셈이다. 명품 이커머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7~11%대 성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서 M&A 자문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쿠팡은 M&A에 대해 매우 선별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레버리지가 큰 타깃을 찾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홈플러스는 쿠팡에게 전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닐 것”이라며 “국내 대형마트 시장 자체가 성장이 매우 둔화되어 있고, 동시에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 사례, 홈플러스 M&A와 달라

아마존의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인수 사례를 들며 쿠팡도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쿠팡이 아마존의 리테일 사업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홀푸드마켓과 홈플러스의 핵심 사업적 특징은 크게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두 기업이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유통 콘셉트와 고객층, 상품 구성, 가격대 등 핵심 요소들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홀푸드마켓은 ‘프리미엄·유기농·친환경’ 전문 고급 슈퍼마켓을 지향하고 있다.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도 매우 높다. 때문에 홀푸드마켓에는 ‘홀 페이체크(Whole Paycheck)’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다. 이 별명은 ‘월급 혹은 주급을 전부 쓸 정도로 비싼 마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요 고객층은 고소득 혹은 건강 지향 소비자로 이뤄져 있다.

반면 홈플러스는 할인형 대형마트에 해당한다. 식재료 외 잡화, 의류, 가전, 완구 등을 상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할인전과 이벤트를 진행한다. 주요 고객층은 대중을 아우른다.

국내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홈플러스의 고객은 현재 쿠팡의 핵심 고객층과 겹친다”며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M&A는 이번 홈플러스와 비교하기에 적절치 않은 사례”라고 전했다. 또 그는 “홀푸드마켓 케이스를 제외하면,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와 아마존 고(Amazon Go)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아마존 프레시는 온라인(배송 및 픽업)과 오프라인(대형 슈퍼)이 결합된 식료품 플랫폼이며, 아마존 고는 ‘완전 무인 매장’을 의미한다.

투자 우선순위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

쿠팡의 시선은 해외로 향해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과 대만이 있다.

쿠팡은 미국과 유럽 시장의 셀러를 위한 ‘풀필먼트 바이 쿠팡(FBC, Fulfillment by Coupang)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아마존의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 Fulfillment by Amazon)’과 유사한 방식으로, 쿠팡이 물류와 배송, 고객 서비스 등을 전담하는 위탁형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의미한다.

더 주목해야 할 국가는 대만이다. 쿠팡은 2022년 4분기 대만 시장에 진출했다. 대만에 투자된 자금만 벌써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진행된 어닝콜(Earnings Call)에서 “대만 사업이 올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대만 사업은 한국 소매 사업 초기 성장과 비슷한 긍정적인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한국 사업 초기 공격적인 확장을 도모하는 한편 대규모 적자도 함께 안고 가는 전략을 전개한 바 있다. 때문에 대만에서도 ‘계획된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쿠팡은 “대만 사업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올해 전체 손실 예상치는 9억~9억 5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고 전했다. 이는 쿠팡이 해외 사업에 자본을 더 지출함과 동시에 앞으로 더 커질 해외 사업 적자를 감당할 만한 체력도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미 확인됐던 쿠팡의 공식 입장 “인수 검토하지 않는다”

2024년과 2025년, MBK파트너스는 지속적으로 홈플러스 매각을 시도했다. 특히, M&A 가능성이 높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별도 매각도 추진했었다. 당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쿠팡은 공식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한 바 있다.

쿠팡이 미국 상장사인 점은 중요한 포인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사에게 일관성 있는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대형 M&A와 같은 특정 중요 이벤트에 대한 의견이 180도 바뀌었을 경우, SEC는 이전 발언에 대한 합리적 해명이나 사업 환경 변화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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