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무산돼도 청산 가능성 낮아…회생 M&A 장기전 전망
채권자 동의·강제인가 제도로 청산가 이하 매각도 가능
쌍용차 사례처럼 노사 양보·자구책이 인수 매력 핵심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원매자를 물색하는 가운데, 홈플러스의 임직원과 채권자, 납품·입점업체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인수 후보의 윤곽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대신 청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과거 회생 M&A 사례와 홈플러스 청산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서울회생법원이 청산을 최후의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수차례 이어질 매각 시도

회생 기업 M&A는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부 M&A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시도된다. 홈플러스처럼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평가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023년 6월 16일 회생절차가 개시된 플라이강원의 청산가치는 47억 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매출,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추정할 수 없어 계속기업가치는 산정되지 않았다. 결국 청산가치만 계산되었기에, 결과적으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평가된 셈이다.

그럼에도 M&A는 시작됐다. 서울회생법원 제14부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을 경우 회생절차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M&A 절차를 통해 인수합병이 가능하다면 이를 전제로 회생절차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는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매각 작업은 쉽지 않았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두 차례 인가 전 M&A 절차가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재판부는 채무자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명백히 크다고 보아, 채권자협의회에 회생절차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채권자협의회, 근로자 측 대표, 지자체 등은 폐지에 반대했다. 플라이강원은 또 한 번 M&A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재판부는 고심 끝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5월 초까지 연장했다.

결국 플라이강원은 상장사 위닉스를 새로운 주주로 맞이하게 됐다. 2024년 7월 3일, 인수대금을 변제 재원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했고, 위닉스는 인수대금 200억 원을 완납했다. 7월 24일 회생계획 인가 결정이 내려지며 회생절차 개시 후 1년에 걸친 M&A가 마무리됐다.

회생 기업 M&A를 담당하는 국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홈플러스처럼 인수자가 제한적일수록 M&A에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매각 실패가 곧바로 청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홈플러스는 이제 긴 회생 절차의 초입에 서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매각가격이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한다?

홈플러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M&A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홈플러스의 최소 매각가는 3조 7000억 원으로 거론된다. 이는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한 금액이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는 각각 3조 7000억 원과 2조 5000억 원으로 평가되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3조는 ‘회생계획에 의한 변제 방법이 청산 시 각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매각가격이 청산가치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조항에 ‘채권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가 있어, 채권자가 찬성하면 청산가치보다 낮아도 매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청산가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회생채권 규모다. 홈플러스의 채권 총액은 2조 6960억 원이며, 이 중 회생담보권은 269억 원, 나머지 2조 6691억 원은 담보가 없는 회생채권이다. 잠재 인수자가 2조 6960억 원 이상을 제시하면 채권자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채권 전액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가격이 채권 규모보다 낮다면?

그렇다면 일부 채권자만 제시된 매각가격에 동의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M&A는 강행될 수 있다. 이는 ‘강제인가’ 제도 덕분이다. 강제인가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법정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되었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인가를 내릴 수 있는 제도다. 회생담보권자 조, 회생채권자 조, 주주·지분권자 조 중 하나 이상에서 법정 다수를 확보하면, 재판부는 재량으로 강제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최근 강제인가 사례로는 티몬이 있다. 티몬 역시 청산가치(136억 원)가 계속기업가치(-925억 원)보다 높게 평가되었다. 티몬의 채권 규모는 회생담보권 1억 7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회생채권은 1조 2699억 원에 달했고, 대부분이 상거래채권(1조 135억 원)이었다. 원금과 이자까지 100% 변제받는 회생담보권자 조는 인수자인 오아시스가 참여하는 회생계획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회생채권자 조는 반대했다. 오아시스는 총 156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 중 채무 변제 재원은 102억 원에 불과했다. 낮은 변제율 때문에 회생채권자 조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인가 전 M&A를 강행했다. 재판부는 회생계획 인가 공고에서 “채권자들의 희생과 인수자의 지원 없이는 조속한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며 “이번 M&A가 회생채권 등을 최대한 변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임을 깊이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홈플러스 M&A가 성공하기 위해선 잠재적 인수자들이 느끼기에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홈플러스의 자구노력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일괄매각 방침과 노조가 주장하는 폐점 없는 고용 보장 및 단체협약 승계 등은 M&A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라며 “쌍용자동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쌍용자동차는 2021년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 단계에서 여러 자구책을 전개했다. 경영정상화 전까지의 인금인상 자제 및 무쟁의 확약 등 노사상생협약체결, 임직원들에 대한 급여 삭감 및 무급 휴직 실시, 부천물류센타 및 구로서비스센타 매각 및 서울사무소 이전 등의 자산의 효율성 제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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