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7000억 청산가치 넘는 투자금 마련 현실적 문제
과거 MBK 경영 실패 사례, 치열한 유통 경쟁 감안해야
투자은행 “판매망 확장만으론 수익성 회복 어렵다”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홈플러스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농협이 시장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가 인수 근거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예견되는 부정적인 후폭풍이 한둘이 아니다.

현재 업계에서 이야기되는 농협 인수 타당 근거는 △하나로마트-홈플러스 유통망 결합 시너지 △농협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농산물 유통 확대 △노조 고용 보장 등 사회적 책무 이행 등이다. 다만, 이러한 근거들은 다소 모호하거나 원론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막대한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까?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 5059억 원으로 산정됐다. 이 수치는 홈플러스의 미래 10년간 경영계획을 바탕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 투자, 감가상각, 자본적 지출(CAPEX) 등 각종 현금흐름을 추정해 계산됐다.

청산가치는 3조 7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청산가치는 자산 평가와 처분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산정되며, 잠재적 인수자는 최소 이 금액을 들여 인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인수자금을 조달하기에는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의 체급이 충분하지 않다.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은 농협경제지주의 유통 및 소매 사업을 맡고 있는 부문으로, 홈플러스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5억 원과 12억 원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M&A에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거의 없다.

문제는 현금 창출 능력도 매우 저조하다는 점이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주체인 농협하나로유통은 2024년 1조 2711억 원의 매출과 40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농협하나로마트는 2021년 이후 4개년 연속으로 수백억 원대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특히 2021년 11월 농협경제지주는 농협하나로유통의 핵심 조직인 상품구매부와 물류센터 등을 직접 이관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2020년 3조 3344억 원이던 매출은 2021년 1조 2267억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농협유통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4년 1조 4086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18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홈플러스 인수에 도전하려면 농협경제지주가 나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12월 31일 기준 약 1조 2000억 원의 단기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2조 원 규모의 M&A에 필요한 레버리지를 일으킨다고 해도, 홈플러스 인수를 단독으로 완수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농협-홈플러스 M&A, 시너지는 실제 있을까?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농협이 도심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농산물 판매 채널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농협 설립 취지인농업 및 농촌 지원과 더 긴밀히 부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가 오히려 재무적 리스크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글로벌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역시 10년간 홈플러스 경영에 성공하지 못한 전례가 중요한 선례다. MBK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점포 리모델링, 이커머스 플랫폼 전환, 물류 인프라 투자 등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졌고,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만약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협 유통 계열은 이미 디지털 전환, 고객 경험 혁신, 강력한 물류 플랫폼 구축 측면에서 사기업 경쟁자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유통 채널 확장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확장된 판매 채널이 오히려 고정비, 인건비, 물류비 등의 추가 부담을 키워 총체적 손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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