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입주해 있는 LG광화문 사옥 모습
LG생활건강이 입주해 있는 LG광화문 사옥 모습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앞자리가 없어졌어요..." "K-뷰티의 시대에, 화장품 사업이 적자 전환했습니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분기 어닝 쇼크를 냈다. 지난 2분기 신흥 화장품 업체 에이피알에 2등주 자리를 내어준 터에 실적이 그같은 시장의 평가를 확인해주는 모습이다. 갖은 노력에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안쓰럽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4% 줄었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1조6049억원으로 8.8% 감소했다. 순이익은 386억원으로 64% 격감했다. 

컨센서스에 비해 매출은 9% 하회했다. 영업이익은 59% 밑돌았다. 순이익은 하회율이 60%에 달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분기 미국 시장 개척 등으로 마케팅 비용 증가가 예상돼 왔다. 그런 부분은 이미 감안됐으나 실적은 예상치에 크게 미달했다. 

회사측 설명은 이렇다. 

Beauty(화장품) 사업부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면세, 방판 등 전통 채널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HDB(Home care & Daily Beauty·생활용품) 사업부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매출이 올랐지만, 고정 비용과 마케팅 투자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Refreshment(음료) 사업부는 내수 소비 둔화에 비우호적인 날씨까지 겹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2분기 해외 시장 매출은 북미와 일본이 각각 6.4%, 12.9%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중국은 8.0% 하락했다.

[2025년 2분기 사업별 실적]

Beauty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줄어든 6,046억원,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헬스앤뷰티(H&B)숍과 북미 아마존, 일본 등 주력 채널은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 여기에 면세, 방판 등 전통 채널들의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반면 미래를 위한 마케팅 투자는 계속됐다. 궁중 피부과학 럭셔리 코스메틱 ‘더후’는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적인 예술 박람회인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하이엔드 안티에이징 화장품 ‘환유’를 선보이며 북미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또 LG전자가 운영해온 미용기기 브랜드 ‘LG 프라엘(Pra.L)’의 브랜드 자산을 인수해 ‘LG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와 전용 화장품 ‘글래스라이크’를 론칭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HDB 2분기 매출은 5,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86억원으로7.1% 하락했다. 내수 부진은 지속됐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닥터그루트(헤어케어)는 북미 아마존 및 틱톡 채널을 중심으로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올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800%의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 유시몰(오랄케어)도 일본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은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마케팅 투자가 확대되면서 감소했다.

Refreshment 2분기 매출은 4,583억원, 영업이익은 4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 18.1% 하락했다. 소비 둔화와 장마 등 날씨 영향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음료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환율,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이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한편, LG생활건강은 이날 이사회에서 지난해 11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방안으로 발표한 ‘중간배당 및 자사주 소각 계획’을 이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중간배당은 보통주와 우선주 동일하게 1,000원으로 결정하고, 다음달(8월) 18일 기준 주주를 대상으로 같은 달(8월) 29일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보통주 31만5738주도 다음달 14일 소각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은 현재 보통주 95만 8,412주와 우선주 3,438주를 갖고 있다. 소각 후 남은 자사주는 밸류업 방안에 따라 오는 2027년까지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의 성장과 M&A(인수합병)를 통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 “미래 성장을 위해 과거와 동일하게 M&A에 적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에이피알은 한 때 17만5900원까지 오르면서 사상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5%대 급등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조원에 육박했다. 최근 주가 상승이 너무 빠르다며 투자의견을 하향하는 곳도 나왔다. 

LG생활건강은 이날 1.71% 하락하며 정규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4조9000억원, 갈수록 에이피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에이피알은 다음달 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컨센서스는 매출 2877억원, 영업이익 593억원에 형성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실적과 비교할 때 '뜨는 해'의 기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시가총액 7조9000억원으로 어느새 에이피알에 쫓기는 신세가 된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8월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1조154억원 매출에 731억원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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