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민원 5만여 건 중 2만건 가까이 손해보험사 민원
실손보험 보험금 분쟁이 급증해
新의료기술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 이견 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걸린 시위 현수막. [출처: 스마트투데이]
작년 12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걸린 시위 현수막. [출처: 스마트투데이]

|스마트투데이=김국헌 기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올해 상반기 은행권 민원이 급증했다. 그런 은행 민원보다 손해보험사 민원이 더 많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앞에서 가장 자주 벌어지는 시위도 보험 관련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5만여 건 가운데 손해보험사 민원은 2만건에 가깝고, 그중 절반이 보험금 분쟁이다. 특히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이 보험금 분쟁의 32%를 차지했다. 실손보험은 왜 뜨거운 감자가 됐을까.

[출처: 금융감독원]
[출처: 금융감독원]

◇ 금융 민원 35%가 손해보험사 민원..ELS보다 많아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5만6275건 가운데 손해보험사 민원이 1만9668건을 차지했다. 전체 민원의 34.9%에 달하고, 모든 업권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떠들썩했던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민원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은행권 민원 1만4080건보다 많다. 은행권 민원이 작년 상반기보다 65.9%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보험사 민원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다.

손해보험사 민원의 절반 이상은 보험금 지급과 산정 분쟁에 집중됐다. 보험금 산정과 지급 관련 민원은 전체 민원 1만9668건 가운데 1만876건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특히 이 가운데 실손보험 민원만 3490건으로, 3분의 1에 가깝다.

금융감독원은 "신(新)의료기술로 치료를 받은 후 실손보험금을 신청했는데, 손해보험사가 보험급 지급을 거절(부지급)해 발생한 분쟁 민원이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新의료기술 두고 대립한 보험사 vs. 가입자

4천만명 가까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사보험으로, 국민 대다수가 가입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이 실손보험금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해 환자의 의료 쇼핑을 부추기면서 비급여 누수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막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까지 나왔고, 5세대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의학 기술이 나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의료기술이 실손보험이 되는지 안 되는지 보장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신의료기술 자체는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이지만,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신의료기술을 사용했는지 엄격하게 따진다. 

올해 초 금감원은 "실손 보상이 된다는 의사 말만 믿고 고가의 신의료기술 치료를 받았다가 나중에 보험금을 못 받게 되는 경우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은 덮어놓고 된다고 권유하지만, 보험사는 실손보험금 청구를 깐깐하게 심사한다. 새로운 의료기술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자가 MRI(자기공명영상법), X선 촬영 검사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골수 흡인물 무릎주사 치료 과정 [출처: 금융감독원]
골수 흡인물 무릎주사 치료 과정 [출처: 금융감독원]

◇ 병원 말 믿고 2600만원 무릎주사 맞으면 가산탕진? 

병원마다 100만원에서 2600만원까지 부르는 골수 흡인물 무릎주사(무릎 줄기세포 주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무릎 줄기세포 주사를 무릎이 아니라 어깨에 맞는다든지, 무릎주사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3세대 실손보험이라든지, 무릎 골관절염 등급(KL등급)이 너무 낮거나 높아도 실손보험 보상을 받지 못한다. 딱 KL등급 2~3등급이어야 하는 식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보험 가입자가 의사도 보험 전문가도 아닌데, 이런 실손보험 약관을 꿰고 있을 순 없다. 그래서 병원 말만 믿고 덥석 비싼 치료를 받았다가 보험금을 타지 못한 실손보험 보험금 분쟁이 작년보다 31.6% 급증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보험산업에 대한 국민 불신을 털어내기 위해 대수술에 나섰다. 올해 5월 보험개혁회의를 출범시키고, 실손보험의 과잉진료 문제에 메스를 대기로 했다. 아울러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의료자문제도의 공정성도 높이기로 했다.

보험개혁이 완수되기 전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병원 권유만 믿지 말고, 비싼 신의료기술 치료를 받기 전에 보험사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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