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은행장 간담회 직후 대출 혼선에 사과
은행권, 실수요 중심으로 1주택자 주담대 제한 풀기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출처: 스마트투데이]](https://cdn.smarttoday.co.kr/news/photo/202409/59580_53247_4255.jpg)
|스마트투데이=김국헌 기자| 지난 7월 가계대출 금리 인상 랠리에 이어 8월 말 가계대출 만기와 한도 축소 그리고 이달 초 1주택자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제한까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말 한 마디에 은행권이 우왕좌왕하면서 경쟁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부터 신혼부부, 갈아타기 실수요자 등 대중의 아우성에 결국 10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대신에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한 목소리를 냈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1만2천세대 문의가 은행 창구로 빗발치고, 신규분양 아파트 집단대출을 풀어달라는 국회 청원까지 등장한 끝에 가계대출 관리 치킨게임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18개 국내은행장 간담회 직후 "가계대출이 적절한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 기조에 이견은 없다"면서도 "다만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은 국민이나 은행을 찾아주신 분들, 은행 창구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혼란과 어려움을 드려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대출 절벽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체계적, 점진적 스케줄을 갖고 관리하도록 은행에 말씀드렸다"며 "저희의 어떤 (가계대출 관리) 운영 때문에 불편하셨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관치 논란 끝에 은행권의 자율적 관리가 바람직하다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입장을 같이 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율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날 18개 국내은행장들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 대상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기본 방침 아래 은행별로 입장을 달리했다.
대출이 몰린 시중은행들은 실수요자 전담팀을 운영해,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출 여력이 있는 지방은행들은 풍선효과를 경계하면서도 지역 내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대출을 완만하게 조절하고 있다면서,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지원을 강조했다.
당국의 변화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실수요자 구제책을 쏟아냈다. 같은 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주택자 주담대를 실수요자에 한해 풀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틀 전 신혼부부, 상속인 등 1주택 실수요자에게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모두 풀었다.
지켜본 대중은 한 편의 코미디 같다고 허탈해했다. 앞으로 은행들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믿을 수 없다며,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